2023/12/10
1. 이타카로 가는 길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콘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중략)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 콘스탄티노스 카바피, <이타카>, 최정수 옮김
맹인 음유시인,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라는 서사시를 전한다. 청동기 시대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와 야만인 준동으로 인해서 근동 문명들은 일순간에 몰락해버린다. 이를 우리는 고대 암흑기라 부른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를 도리아인의 침입으로 말하며,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도시국가 폴리스의 시대가 시작된다. 이 암흑기를 부르는 다른 명칭이 있는데 호메로스 시대다. 이 시대의 서사시와 신화만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관련하여 ‘호메로스 문제’라는 말이 있다. 서양 고전학의 논쟁으로,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실존하는지에 관한 논의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오디세이아의 저자는 여성이었다고 상정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구전 문학이 늘 그렇듯 원전이 있다 하더라도 수많은 이들의 첨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건 그의 이야기가 세월을 이겨내고 남녀노소를 떠나 큰 공감을 얻을 만큼 보편적인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오디세이아>의 주제는 귀향(歸鄕)이다. 트로이 전쟁은 끝났지만, 섬의 왕인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아들 텔레마코스는 장성하였고, 아내 페넬로페는 이제 재혼을 독촉받고 있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처음 출발했던 배와 동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바다에는 괴물들이 가득하고, 신들은 그를 방해한다. 그런데도 오디세우...
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