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풋잠 1화 – 게스트로 참여하게 된 이상한 독서모임

영화관 풋잠 · 지혜가 모여 혜안이 되는 공간
2024/06/03
준병이 형이 전화를 줬다. 대학원을 논문을 못 쓰겠다고 손 놓고 백수 생활을 계속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연락을 준 대학원 동기는 준병이 형이 유일했다.
   
“형, 오랜 만이에요.”
   
“그래. 지낼만 하냐?”
   
“아, 이게 진짜 우울증이란 게 극복했다 싶으면 또 다시 도지네요. 진짜 지겨운 병이에요.”
   
“이 녀석아, 너는 이름처럼 경한 병을 가지고 있어. 나야 말로 병이지, 병”
   
“에이. 형이 무슨 병이에요. 그리고 전 경헌이라고요. 사람 이름 갖고 장난 치려면 제대로 장난 치던가.”
   
“짜식이 쫀쫀하게 그런 걸로 트집잡기는”
   
준병이 형은 한동안 자신의 근황을 말하다가 결국 논문 진행 상황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문의 자격을 딴 박사인 형은 뭐가 부족한지는 모르겠으나, 의료인류학을 전공하겠다고 석사 학위를 따러 대학원에 들어왔다. 형은 이미 박사인 석사 과정생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이만 빼면 모든 게 대학원에 어울렸다.
   
학술적 대화를 주고받는 스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학문에 관한 나름의 사명감. 그래서인지 나는 형을 동경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짜증 났다. 우울증 상담을 받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대학원에 온 이유는 사명감보다는 명예욕이었기 때문이었다. 에라잇. 세상에는 왜 이렇게 잘나고, 멋진 사람이 많아. 진짜 소외감 느끼게.
   
준병이 형은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쭈욱 하다가 지도 교수님과의 불화를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의 하소연을 했다. 그래서 내가 약간 형의 연구가 가진 의의가 참 좋다는 논조로 이야기를 하며 아마 지도교수님 성향 상 이런 부분이 중요한데, 그 지점만 보강하면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짜식이, 다시 살아났는데.”
   
“살아나긴 뭐가 살아나요. 요즘 시체처럼 누워있어요.”
   
“임마, 누워있지 말고 어디 사람도 좀 만나고 그래.”
   
“형, 그러면 밥이나 먹죠.”
   
“그러면, 이번 주 토요일에 저녁 먹고, 독서 토론 모임이나 갈래?”
   
“또 독서 모임 이야기에요?”
   
몇 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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