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현
박철현 인증된 계정 · 끊임없이 묻는 사람
2023/04/11
위 포스팅 <6년동안 매일 2천자 이상 쓰게 된 이유>를 올리고 하루동안 곰곰히 생각했다. 이유라고 달아놨으니 나름 그럴싸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근데 ‘그럴싸한 이유’란 단어에는 이미 ‘포장’이 포함돼 있다. 매일 2천자 이상의 글쓰기를 했던 이유를, 멋지게 보이게끔 포장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게 써도 충분히 한 편의 포스팅을 완성시킬 자신은 있다. 하지만 이내 그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그냥 사실대로 쓴다.

오직 '돈' 때문이다. 특히 2017년 바로 그 때 돈이 필요했다. 돈 때문에 다시 글쓰기에 뛰어 들었다.

2016년 11월, 나는 당시 운영하고 있던 술집을 근 6년만에 정리했다. 내 술집은 두시간에 인당 3천엔, 맥주/사와/하이볼 류의 간단한 주류는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이른바 ‘노미호다이’ 시스템으로 가라오케 기계도 완비하고 있었기에 단체 손님들이 많이 찾아 왔다. 1차를 식당에서 밥 먹은 젊은 친구나 회사 뒷풀이로 많이 이용됐다. 웬만한 건 뭘 마셔도 인당 3천엔이다.

스무명 받으면 꽉 차는 가게인데, 서른 명씩 오기도 했다. 서서 마셔도 된다는 거다. 그만큼 장사도 잘 됐다. 직원도 없었다. 혼자서 하니 손님들도 이해한다. 접객 서비스는 애초에 바라지 않았다. 손님들이 오히려 맥주를 나르고 알아서 술을 만들고, 꽁초로 가득찬 재떨이를 깨끗히 비우고 새걸로 바꿔가기도 했다.

하루 평균 매상 6-7만엔은 거뜬히 올렸다. 한달이면 200만엔, 이런저런 경비로 120-130만엔씩 나가도 내 손에는 꽤 거금이 떨어졌다. 여섯식구가 물론 풍요롭진 않았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먹고 살 정도는 됐다.

그렇게 잘 나갔던 가게는 일본의 술문화가 변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쇠락해졌다. 단체 손님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일본인 친구에게 물었다. 원래 이 친구도 단체객이었는데 간혹 혼자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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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칼럼니스트.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쓴다는 것>을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본업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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