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고 말해보자면] 하남자를 경멸하는 영화 서울의 봄?
2023/12/03
책 원고 마감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영화 '서울의 봄'을 예매해서 보고 왔다. 재미는.. 그럭저럭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감독이 남성을 아주 혐오하는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영화의 핵심주제는 내가 보기에 한국 사회의 저열한 남성 패거리 문화가 나라를 망친다는 거다. 정우성 역할의 이태신이는 아주 상남자이자 참군인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에 반해서 전두광 일파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하남자 그 잡채들이 모여 있다. 그나마 쓸만한 게 전두광이지만 그조차도 '상남자' 이태신이 보기에는 군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되어먹지 못한 놈일 뿐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하남자들을 강하게 이끌고 나름대로 '남성미'를 드러내는 것처럼 전두광을 묘사하지만, 그 모든 모습은 막판의 이태신과 전두광의 대면씬으로 무너진다. '진짜' 상남자 이태신이 너는 하남자야! 라고 낙인찍어버리는 것으로 관객들이 혹여나 전두광을 남성적이라 생각할지 모를 여지마저 없애버린다.
실제로 전두광의 '본질'이랄까, '속내'랄까 이런 게 드러나는 '장소'는 다름 아닌 "화장실"이다.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자기 꽈추 확인하고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전두광의 속내가, 본질이 드러나는 공간인 것이다. 이 찌질한 하남자들은 매순간순간 형님 아우 하면서 위계를 확인하고 거사가 성공한 바로 그 순간부터도 노태건은 전두광에게 "우리 여전히 친구 맞지?"라고 묻는다. 전두광은 '상남자'처럼 그럼! 이라고 하지만 그의 본질이 드러나는 화장실에서 그는 노태건마저 배제한채 혼자 소변을 보고 미친듯이 낄낄거릴 뿐이다. 그나마 '친구'라서 자기 속내를 보여줬을 때 전두광은 옆방에 있는 하나회 구성원들을 자기 발닦는 수건 정도로 취급한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