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 ㅣ 가장 보통의 여자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3/25

영화 완다 화면 캡처
가장 보통의 여자



가장 훌륭한 한국 영화 한 편을 뽑으라고 한다면 봉준호나 김기영 감독을 잠시 떠올리는 척하다가 이창동 감독의 << 밀양 >> 을 뽑을 것 같다. 그것이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던 감독들에 대한 예의이니깐 말이다. << 밀양 >> 에 대한 리뷰만 6번을 남긴 것을 보면 이 영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 이창동의 << 밀양 >> 과 바바라 로든의 << 완다 >> 중에서 한 편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 완다, 1970 >> 를 뽑을 것 같다. 두 영화 모두 무기력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바바라 로든이 만들어낸 완다라는 여성은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허름한 시장 뒷골목 순댓국밥 집(가게보다는 집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ㅡ )에 앉아 살얼음 살짝 내려앉은 소주에 말캉거리며 비릿한 돼지비계가 섞인 뜨거운 국밥을 먹으며 허한 마음을 달래리라. 주인공 완다는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는 여성이다. 입자가 거친 화면에 잡힌 완다의 표정은 무표정하면서 동시에 무능력하고 무기력하다. 이 3無가 완다라는 여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녀는 콜린 윌슨이 << 아웃사이더 >> 에서 묘사한 아웃사이더에 대한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 완다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이룩해야만 할 사명도 없으며, 반드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될 감정도 없다. 또한 완다는 가진 것도 없으며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다. "

" 나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이룩해야만 할 사명도 없으며, 반드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될 감정도 없다. 나는 가진 것도 없으며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다. " ㅡ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중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 없는 것처럼 보이는 노동자 계급의 완다는 말도 느리고, 손도 느리고, 셈도 느리고, 눈치도 느리다. 그녀의 무기력한 아우라에는 글로 담아낼 수 없는 묘한 정서가 있다.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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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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