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의사는 다 남자로 간호사는 다 여자로 그렸네?"

고운
고운 · 성평등교육하는 교사모임, 아웃박스💜
2021/10/19
보통 성인지감수성 수업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 3개월은 꼬박 걸린다.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성인지감수성이 길러지진 않기 때문에, 스스로 느끼고 행동할 수 있게 학생 활동 중심으로 구성하자니 아이디어 회의만도 한참 한다. 전체 회의 때 팀별로 돌아가며 짠 수업을 시연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다시 수정보완하고, 각자의 학급에서 실천해 보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추가로 해결한 뒤에 발행한다. 그래도 전국의 선생님들이 수업해 보신 뒤 블로그 통해서 주시는 피드백을 반영해 또 수정한다. 

이 수업은 함께 연구개발한 건 아니다. 영어전담하면서 학생들 자료에서 보인 반응에 삘 받아서 두 시간 뚝딱 진행했던 간단한 수업이다. 학생들이 그 뒤로도 얘기 꺼낼만큼 재밌어했기에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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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생이 직접 생산한 자료는 수업 시간에 반응이 좋다. 5학년 YBM 6단원 <What does he do?> 수업 ppt에 활용할 직업인 그림을 손수 그려달라고 학생들에게 부탁했다. 받은 100여 명의 그림을 살펴보는데 
어라? 여자 직업, 남자 직업이 갈려 있다?

경찰, 버스운전사, 과학자, 개발자, 군인, 축구선수, CEO, 의사, 비행기조종사, 판사, 소방관은 남자로 그렸고(직업마다 정도가 다르지만 평균 약 76%), 유치원 교사, 간호사, 승무원, 요양보호사는 좀더 높은 비율(약 84%)로 여자로 그렸다. 

치마입은 남자나 머리 짧은 여자로 그렸을 수도 있지 않냐, 오히려 내가 고정관념 있는 거 아니냐 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나중에 학생들에게 확인하니 맞단다.) 옳거니, 수업자료로군…(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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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업 시간. 그림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보게 했더니 눈 빠지게 들여다본다.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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