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을 버리며 2) : 까닭모를 서러움.

클레이 곽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는 사람
2023/03/04
1980년..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경신년 혹한의 기운속에  까까머리를 길고, 당시엔 제일 멋진브랜드인 버킹검 기성복 양복을 새로 사서입고, 참석한 신입생 환영회에서 비로소 경영대학 전체에 양복입은 사람은 딱 두명이란 사실을 알게되었었다.모두들 우중충한 짙은색의 점퍼 내지는 물들인 군복 비슷한 것들을 걸쳤고,신발들은 낡아서 운동장과 구분이 안되었다. 그 중 유독 두명만이 짙은 곤색양복에 까만 구두를 신고 있어서 눈에 띄는  그런 모습으로 입학식에 참석을 하고, 경영대학으로 돌아와서 보니 남자들만이 그득한 반에 여학생 한명이 눈에 띄었다. 그 여학생은 유일한 반의 마스코트였었다. 

당시엔 써클이라 불리던 동아리 모임에 스카우트되다 시피 참석을 하게되었고, 그 모임은 머큐리라는 "그리스 신화의 상업의 신"에서 이름을 따온 음악과 문학을 한다는 동아리였었고, 남학생은 전부 경영대학생, 여학생들은 주로 사범대,음대,미대,가정대 출신이 주를 이루었다. 바하를  들었고, 헨델을 들었고, 그리고 몇몇 데모에 필요한 행진곡들을 배우고 사회고학 서적들을 주로 읽었었다. 시를 낭송하기도 했고 몇편의 자작시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난 항상 우울했다. 사실 진즉, 관악캠퍼스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잠시 이곳에서 머물어 시간을 보내는 박제된 천재인지라 그곳의 모든 중생들은 어리석었고 수준미달이었다. 그렇게  끝을 모른 자만과 허영심과 교만이 하늘을 찌를 수록, 뻔한 집안 형편상 재수를 할 수도 없고, 학교를 계속다녀야 하는 자신이 너무 싫어졌고 그것은 치기어린 술부심이 되기도하고 또래보다 먼저 사회문제에 발을 들여 놓게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동아리엔선 "머큐리의 밤"이란 문학과 음악 행사를 했었고, 거기서 우리들은 유치한 자작시들을 낭송하고 "본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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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살지만 현실에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먹어서 거울을 보고 자주 놀랍니다.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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