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넌 것들
2024/04/28
옆 동네 팔복동 철길로 이팝나무꽃을 보러 갔는데, 돌아갈 수 없는 다리 하나를 막 건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꽃을 보러 짧은 거리를 가는 일에 어떤 각오쯤이 필요하고 꽃을 보고 나면 이것저것 바뀌리라는 게 아니다.
이팝나무꽃을 쌀밥으로 바라봤을 생들이 이팝나무 꽃송이만큼 매달렸다가 다리를 건넜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이팝나무꽃과 쌀밥처럼 어떤 연유를 맺은 것들, 제비꽃, 감꽃, 찔레순이 다리를 건넜다. 짧은 다리를 건너 돌아가지 않는 것들은 그들 말고도 많았다.
다리를 건넌 모두가 다리가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가지도, 다리를 건너기 전의 일들이 모두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떤 일들은 이팝나무꽃처럼 남는다.
나는 다리 끝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다리를 건너기 전에 머물렀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