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베다니로 가는 길(13) : “공산주의는 무얼 먹고 자라는가?”]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4/05/07

“여보! 잠시 나와보이소! 서(署)에서 손님이 왔습니더.....”
문 밖에서 금촌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전에 골목 아래에서 차량 엔진이 멈추고 대문 앞 강아지가 요란하게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치성의 집에 누가 용무가 있어 찾아온 모양이다. 김치성은 사랑 방문을 열어젖혔다. 물기 없는 차가운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마당에는 경찰 정복을 입은 경찰서 이해동 정보과장이 서있다. 그는 김치성을 보고서 웃으면서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장로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꺼? 오랜만에 뵙겠습니더!”
“아니! 본서의 이 과장님이 직접 다 나오시고...
오늘 왠 일이신가? 추운데 어서 방으로 들어오이소!
임자는 가서 따뜻한 차를 좀 내어오소!”
정보과장은 모자를 벗어서 옆구리에 끼고서 사랑방 안으로 들어왔다. 대낮인데도 햇빛이 비취는 마당에 있다가 방 안으로 들어서니 잠시 눈앞이 컴컴해졌다. 김치성이 건내는 방석 위에 앉았다. 

“장로님! 서장님이 안부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서장님이 보내신 겁니다.“
정보과장이 내미는 것은 작은 종이 상자를 포장한 것인데 포장지가 영어가 씌어진 화사한 것을 보니 아마 미군 부대에서 구한 물건을 보낸 게 분명해 보였다.  
“겨울에 추우실까봐 서장님이 가죽 장갑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허허! 서장님이 뭘 이런 것을 다 준비하셨나?
아무튼 돌아가시면 감사하다고 꼭 전하시게나!“
방문이 열리자 금촌댁이 뜨거운 인삼차를 준비해왔다. 
좌탁에 두 잔을 올리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이 과장님이 우리 관내에 발을 디뎌놓은 게 얼마나 되었지요? 내 기억으로는 아마 한 6-7년은 되었지요?” 
“네! 세월이 벌서 그렇게 되었네요! 
제가 본서에 처음 온 게 7년 전이었지요! 
자제분 김삼열 선생이 서울에서 일이 있던 그 해에 제가 왔었지요? 그리고 창녕, 김해 등지로 계속 돌다가 이곳 본서로 다시 온 게 3년 전이지요!“   

“세상도 많이 달라졌는데 .....
이 과장님은 요즘도 그렇게 열심히 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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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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