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안개때문이야.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9/02
안개가 자욱하게 낀 풍경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흐릿하게 가려진 정경은 늘 보던 풍경마저 생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일 터다. 조금 더 안개 깊숙한 곳까지 걸어나간다면, 안개를 한껏 품에 안을 수 있지 않을까. 걸음을 옮겨 보지만, 안개의 깊숙한 곳과의 거리는 쉬이 좁혀지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안개에 대한 작은 상상은 분위기에 취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했다. 그러다 그 상상을 접어두게 된 것은 운전이라는 계기 덕분이었다. 단 한 번, 남동생의 부탁으로 안개가 자욱한 날 운전을 했었다. 머릿속으로만 이어나가던 안개의 깊은 곳에 도달했을 때, 상상의 실현이라는 희열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엄습했다. 마주오는 차의 전조등 빛마저 코 앞에 다다르기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핸들을 그저 손으로 꽉 쥔 채 조심스레 차선만을 살폈었다. 이후로 안개를 바라볼 때면, 당시의 작은 두려움과 걱정 어린 한숨이 먼저 새어 나온다.

저 멀리 한라산이 자욱한 안개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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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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