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자, 사탄일지어다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3/08/31
2차 가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공론화를 시작할 때 예상은 했었다. 우리가 겪은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누군가는 우리에게 손가락질하고 도리어 우리를 힐난하며 ‘교사가’로 시작하는 익숙한 비난을 퍼부을 것이라고.

그러나 더 이상 ‘덮고‘ ’참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슬프게도, 모두 여성인 피해 교원 6인 중 연차가 5년 이상쯤 되는 선생님들은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겪은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더 물러날 데가 없는 심정이었다.

나는 내가 세상을, 악한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쉽게 피해자를 탓하고, 이미 피 흘리는 사람에게 얼마나 쉽게 비수를 꽂으며 즐거워하는지 익히 보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2차 가해는 내가 가정했던 모든 끔찍한 상상을 뛰어넘었다.

‘교사가 학생을 고소하다니’, ‘평소 행실이 어땠길래 성희롱당하느냐?’는 2차 가해는 예상 범주에 있던 뻔하고 평범한(?) 가해에 속했다. 그런데도 토악질이 나고 충격을 받기는 했다. 특정 교원단체를 운운하는 댓글들은 유치하기까지 했다.

‘원래 남자애들이 그런 건데 왜 유난이냐?’는 식의 댓글들은, 전국 고교 남학생 일동이 반박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싶을 정도로 일반화와 혐오 정서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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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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