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여인 원귀로 돌아오다 - <운영전>이 말하는 사랑과 이별(1)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4/10
운영전 삽화(아트인사이드)

억울한 여인, 원귀로 돌아오다
   
<운영전>은 운영과 김진사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17세기 즈음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이 작품의 작자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당대 사회의 예민한 문제를 원귀라는 존재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안평대군의 궁녀인 운영은 김진사와 사랑에 빠지지만, 당대 사회의 금기 때문에 결국 자살하게 된다. 그런데 운영은 자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살을 한 운영은 유영이라는 선비 앞에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다.
   
"우리 두 사람은 본래 천상의 선인이었습니다."
   
운영과 김진사는 자신들이 신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운영과 김진사가 죽게 되는 과정이나 유영 앞에 등장한 이후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신선이 아닌 원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상으로 유배를 온 신선은 현실의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운영은 자살을 하고 김진사는 실의에 빠져 죽는다. 현실 초탈이라는 신선이 되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현세의 서생인 유영에게 나타나서 억울함을 얘기한다는 것은 신선이 아닌 원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운영과 김진사가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점, 그로 인해 이승에 미련을 갖고 유영 앞에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비록 문면에서는 운영과 김진사가 스스로를 신선이라고 소개하지만, 전형적인 원귀의 형상으로 볼 수 있다. 

원귀는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억울함’을 품고 죽은 존재들이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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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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