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까지 당하며 살아야 하나

배윤성
배윤성 · 에세이집 '결론들은 왜 이럴까'를 냄
2023/11/21
 사기 친 자가 있으면 당한 자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사기꾼은 보이지 않고 당한 사람만 보인다. 사기 친 사람은 숨거나 정체성을 숨기는 반면, 당한 사람은 울며불며 사기꾼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멱살잡이를 해야 할 사람은 사기꾼인데 눈에 띈다는 이유로 사기당한 사람만 잡는다. 왜 무턱대고 남의 말을 믿었냐, 왜 과도하게 욕심을 부렸냐며 칼로 벤 상처에 소금물을 끼얹는다.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2차 가해를 당하는 셈이다. 

 물론 당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맘먹고 달려드는 사기꾼을 당해내기도 쉽지 않다. 천재급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사기꾼이 변호사나 판사도 속아 넘기는 판인데 어수룩한 일반인들은 말해 무엇하랴. 

 인터넷을 뒤져 보면 송금 사기, 코인 사기, 부업 사기, 꽃뱀 사기, 투자 사기, 매매 사기, 무당 사기 등 사기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다. 인간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속이고 속는 일이 일어난다. 속임을 당한 사람은 땅을 치며 원통해 하고 속인 사람은 해볼 테면 해봐라 뻔뻔하게 나온다. 

 나때문에 다른 사람이 괴로움에 빠진다면 맘이 편치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기 이익만 중요하다. 심한 경우, 먹잇감이 평생 쌓아온 전 재산을 몽땅 쓸어가고 주변 사람들의 재산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돈만 빼앗아가면 다행인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까지 무너뜨린다. 한 사람의 땀과 희생을 앗아가고 세상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심하게는 살아갈 용기를 꺾어 자살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래서 사기는 칼을 들지 않은 살인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어떻게 큰돈을 땡길 수 있을까에 골몰하고 수중에 들어온 돈은 회수당하지 않을 곳에 묻어둔다. (마늘밭에 묻어둔 5만원 권 돈다발을 생각해 보라) 법망에 걸리면 그때 가서 감옥에서 몸으로 때우면 된다. 다른 범죄에 비해 입증하기도 어렵고 법망에 걸려든다 해도 약한 처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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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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