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탄생시킨 영웅? 양규와 그의 사람들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2/01
옛날 딴지일보 편집장이 ‘신필’(神筆)이라 일컬었던 필명 ‘필독’, 홍대선 작가가 얼마 전 책을 냈다. <한국인의 탄생> 이 책에서 저자는 딴지일보 편집장의 찬사에 걸맞는 필력으로 종횡무진 한국의 역사를 더듬으며 오늘날 한반도 위에서 걷고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특성과 정체성과 사고와 행동 방식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심한 압축과 비약임을 인정하면서 단 세 명을 중심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형성을 이야기한다. 그 세 명은 단군, 그리고 고려 현종, 정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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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 책을 더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여겨서이다. 다만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민족의 탄생’을 담당한 주역인 고려 현종의 이야기였다. 홍대선 작가는 우리 역사에서 유례가 드문 대군의 회전(會戰)의 대승리였던 귀주대첩을 비롯한 고려 거란 전쟁과 당시의 리더 현종의 역사에서 ‘민족의 탄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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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의 적에 맞서 살아남은 이들은 공동체가 된다. 고구려계 백제계 신라계 발해계 사람들이 한 무리를 이루러 그들 서로보다 훨씬 이질적인 적에 맞섰던 이야기” (<한국인의 탄생> 중) 속에서 민족 형성의 비계 (飛階 ; 건축물을 지을 때 사람이나 장비, 자재 등을 올려 작업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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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하다고 여긴다. 따지고보면 신라 시대는 발해와 공존하는 남북국 시대였고, 발해가 멸망한 뒤 발해 유민들은 수시로 고려로 넘어온다. 적어도 그들을 멸망시킨 거란족이나 발해의 피지배층이었다는 말갈족보다는 한반도 거주민들에게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엉성하게나마 이룩된 통일 왕조 고려에게 가해진 압도적인 도전이 거란의 침공이었으니 그 항쟁과 승리 와중에 ‘고려 사람’의 정체성이 굳어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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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패배하고 거란에 사로잡힌 고려군 총사령관 강조나 스스로 볼모가 된 필사적인 협상으로 거란군을 철수시키는 하공진 모두 죽으면서 외친 말이 “나는 고려인이다” (我是高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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