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미안합니다’를 ‘비안합니다’라고 발음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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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ist96 · 호기심 많은 기후생태활동가이자 한의사
2023/03/12
한국어 학생 한 명이, 한국인들은 ‘미안합니다’를 ‘비안합니다’로, ‘누구세요’를 ‘두구세요’로, ‘네’를 ‘데’라고 발음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 나는 평생 ‘비안합니다’ ‘두구세요’ ‘데’라고 발음한 적이 맹세코 없다고! 버럭 외쳤더니 학생이 자기만 그렇게 듣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 비슷한 질문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했다. 긴가민가 검색해봤더니 많은 유럽 사람들이 한국인의 발음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시험삼아 ‘비안합니다’의 시작을 유성음 b처럼 발음해보았다. 한국어에서는 어두의 ㅂ가 무성음이기 때문에 신경써서 영어 b처럼 발음해야 한다. 그랬더니 진짜 내 귀에도 ‘미안합니다’와 별 차이가 없었다. 또 ‘두구세요’ 어두 역시 유성음 d처럼 발음해 보았더니, ‘누구세요’처럼 들렸다. 학생의 말은 정말이었다.
   
외국인들이 공을 콩으로 듣고 부산을 푸산으로 듣는 건 알고 있었지만, ㅁ->ㅂ, ㄴ->ㄷ은 몰랐다. 그래서 이 현상의 원인을 찾아나섰다. 탐정 출동!
   
1705년 암스테르담의 시장이었던 니콜라스 비츤(Nicolaas Witsen)은 당대의 러시아 북부와 아시아에 대해 모을 수 있는 자료들을 전부 수집, 편찬하여 130개의 삽화가 들어간 1천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의 북동타타르지(Noord en Oost Tartaryen)라는 해설서를 출간하여 표트르 대제에게 헌정한다. 이 책에 한반도의 언어를 채록한 대목도 있는데, ‘네(4)’를 ‘Deuye’, 넉 사(四)의 ‘넉’을 ‘Doc’, ‘눈’을 ‘Doen’이라고 받아 적고 있다. 당시 네덜란드인의 귀에도 한국인이 ‘네’라고 말하면 ‘데’ 비슷하게 들린 것이었다. 한편, ‘남(南)’은 'Nam', ‘나무’는 ‘Nammo’, ‘나물’은 ‘Nammer’로 받아 적었다.
   
   
Noord en Oost Tartaryen
   사진 설명: 이 글을 작성하며, 네덜란드 고문서인 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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