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어릿광대 1

이종호 · 영어 번역가
2023/11/23
단편소설 - 탐욕의 어릿광대 1
   
“아르바이트 들어왔는데, 해 볼래?”
대학원 로비에 앉아 있던 김진완은 친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 11월쯤 영문과 조교로 근무하는 그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부탁해 놓기는 했지만, 두 달 가까이 아무런 소식이 없어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고3 학생 과외를 해주던 진완은 수능이 끝난 후 새 과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무슨 아르바이트인데?”
“보습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 가르치는 거.”

진완은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쯤 빨리 인천에 도착했다. 거리가 꽤 멀다는 생각에 더 일찍부터 서두른 탓이었다. 학원 건물은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오가는 대로변의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진완은 입구에 붙은 게시판에서 학원이 2층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문에 달려 있는 종이 맑은 소리를 냈다.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 붙어있는 달마대사 그림이 진완의 시선을 끌었다. 유리문 왼쪽에 자리한 짙은 고동색 나무 책꽂이에 중고등학교 참고서와 문제집들이 얼기설기 꽂혀 있고, 그 아래로 큼직한 까만 인조 가죽 소파 두 개가 마주보며 놓여 있었다. 진완은 학원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종소리를 들었는지, 30대 후반의 남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며 진완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김진완씨죠? 저는 원장 최규원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사무실 안에는 책상 세 개, 작은 탁자 한 개, 복사기 등이 놓여 있었다. 난방 중인지 벽에 붙은 라디에이터가 땅땅 소리를 내면서 온기를 뿜어냈다. 원장은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진완에게 맞은편에 앉을 것을 권했다. 
“밖에 날씨가 많이 춥죠?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괜찮으시다면, 커피보다 녹차 한 잔 마실 수 있을까요?”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종이컵에 받고, 녹차 티백을 담아 진완에게 내밀었다. 진완은 그것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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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석사. 안산1대학교와 대림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다수 매체와 기업체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잘난 척하고 싶을 때 꼭 알아야 할 쓸데 있는 신비한 잡학 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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