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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9
alookso 유두호
[질문받SO] 글은 공개적으로 쓰세요


글쓰기가 어려운 당신에게

🤔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 할지 내가 고민하고 쓰고 싶은 마음을 써야 할지 고민됩니다. (joarim526)

↳💁‍♀️고수리의 답변
내가 좋아하는 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데, 내가 특정 소재나 주제로(특히 트렌디한 주제로) 쓴 글은 반응이 뜨겁단 말이죠. 다수의 독자가 이런 글을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마음이 흔들려요.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이 다른 것 같다고. 이럴 때 내 글의 '독자'들을 좀 더 세분화 시켜봤으면 좋겠어요. 트렌디한 주제를 좋아하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일까, 내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 주는 소수의 독자일까. 어떤 독자가 더 오래 내 글을 읽어줄까. 저는 '제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 주는 소수의 독자'를 염두하고 글을 씁니다. 정말로 그런 소수의 독자가 오래도록 제 글을 읽어주시고, 조금씩 독자들이 견고해집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분명하다면, 뚝심 있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들여 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처럼요. 얼룩소 인터뷰에서 '작가의 포지셔닝'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미 많은 작가가 다룬 글 말고 뭉툭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게 좋습니다.

🤔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쓰다 보면 늘 마무리가 어려워요. 이럴 때는 쓰다 만 글을 붙잡고 다시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jsoyoung02)

↳💁‍♀️고수리의 답변
여러 번 다시 써보시길 권합니다. 글을 마무리하지 못한 경우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거나, 아직 공개적으로 쓰기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가 많아요. 작가가 다 정리하지 못한 이야기, 현재 작가가 정리 중인 이야기이죠.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쓰는데도 마무리되지 않는다. 다른 글감들로 글을 써도 매번 비슷한 깨달음과 생각으로 글이 귀결된다.” 만일 이런 경우라면, 내가 마음에 사무친 이야기를 털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완의 글들이 남는대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는 시도 중인 거예요. 내면에 사무친 이야기를 직면하고 이해해 보려고 나아가 보려고 용기 내서 시도하고 있는 거죠. 이런 이유로 미완의 글들이 쌓여간다면 지치지 말고 계속 시도해 보길 응원합니다. 언젠가 홀가분하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음 이야기를 쓸 때가 올 거예요.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선물해요.
 "시도했고,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

🤔 마지막 단락을 남겨두고 오랫동안 글 한 편을 곱씹다 보면 내 생각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답답한 마음이 들곤 해요. 작가님은 어떠신가요? (단단)

↳💁‍♀️고수리의 답변
우리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주어야 하는 건 여운, 오직 여운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글은 오랫동안 독자에게 남습니다. 에세이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실수하는 부분도 결미 부분이에요. 독자를 가르치려 하거나 자기 주장, 혹은 자랑으로 끝나는 글은 피해야 한다고, 저는 글쓰기 수업에서 말합니다. 그런 글은 대부분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자기애 충만한 오만한 글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요. 

물론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에세이의 경우, 내가 깨달은 바를 적극적으로 전하며 마무리 지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적인 인생의 이야기가 주로 글감이 되는 에세이는 독자에게 말 걸기와 같아요. "있잖아. 나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어. 당시엔 몰랐는데 돌아보니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 이러이러한 걸 느꼈거든. 이상하지,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다른 내가 되었어." 이 정도의 감도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됩니다. 그럼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었는데.' 등등 간접경험과 공감을 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봐요. 독자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것. 그게 바로 글의 여운이지요. 

여운이 남는 글을 쓰려면, 퇴고 과정에서 최대한 덜어내기를 해보세요. 힘주어 전하고 싶은 문장은 단 하나여도 충분합니다. 때로는 영화의 엔딩처럼, 어떤 장면을 보여주면서 글을 마쳐도 좋습니다. 제가 보여주듯이 글을 쓰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결미 방식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저마다 다른 여운을 느끼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열린 결말처럼, 때로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툭 그 장면을 놓아두고 글을 마무리해보세요. 독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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