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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글은 공개적으로 쓰세요

고수리
고수리 인증된 계정 · 작가, 책과 펜과 밤과 마음을 씁니다
2023/11/24
alookso 유두호

 📌 방송작가에서 소설가가 되기까지
 
12년차 작가 고수리입니다. 첫 번째 직업은 방송작가였습니다. KBS <인간극장> 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방송은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5년 카카오 브런치에 ‘그녀의 요일들’이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연재했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금상을 수상해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섯 번째 산문집 『선명한 사랑』이 나와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10년 전에 시작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결과를 맺고 있어요. 휴먼 다큐를 취재하고 만들던 글쓰기는 에세이스트와 글쓰기 안내자의 작업으로 확장되었고,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애니메이션 <토닥토닥 꼬모> 스토리 작가로 일했던 글쓰기는 그림책 글 작가 작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상 구성과 청소년 소설 습작은 휴먼판타지소설 작업으로 확장되었어요. 현재 저는 소설 <까멜리아 싸롱>을 쓰고 있습니다. 
 
 📌 글쓰기 수강생 1천 명을 만나다
 
6년간 창비학당, 세종사이버대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방송작가는 사람책을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 같은데요. 글쓰기 안내자는 사람책을 읽으면서 만나보는 일 같습니다. 한번은 대학교 방학 때 첨삭 수업을 진행한 적 있었어요. 서른 분 정도셨는데, 수업 전에 첨삭 받을 사람이 올린 글을 미리 읽고 댓글로 피드백을 남겨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사이버대학교니까 다들 생계를 이어가느라 바쁘셔서 늦은 밤마다 줌으로 만나 공부했어요. 그런데 댓글 피드백을 한 분도 빠짐없이 어찌나 길고 빼곡하게 다셨는지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없는 거예요. 피드백들 보다가 모니터를 보면, 제 부모뻘 학우님들이 긴장한 얼굴로 웃고 있어요. 그때 눈물이 핑 돌죠. 그런 분들이 쓴 글을 읽어보자면 겸허해져요. 세상엔 내가 모르는 삶이 너무 많다. 내가 모르는 마음이 너무 많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어 세상을 봐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 저라는 사람을 봅니다. 이상하죠.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가장 늦게 발견해요. 그럴 때마다 초심을 다잡습니다. 겸허하자. 이해하자. 사람을 사랑하자고요.

 📌 좋아지는 글은 태도가 전부예요
 
사이버대학교 특성상 Q&A 게시판에 학우들이 질문을 올리면 24시간 내에 교수가 답변해줘야 해요. 학우들이 어떤 질문을 올릴지 궁금하죠? 글쓰기 작법을 물을까 싶지만, 대부분이 글쓰기 고민이에요. 자신의 글쓰기에 정답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싶은 거죠. 지금처럼 계속 써도 된다는 확신. 저는 글쓰기 선생님이자 첫 독자인 셈이에요. 이 사람이 하려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사려 깊게 되묻고 답해줘야 해요.

평소 저는 한없이 다정한 선생님이지만, 때론 몹시 단호하기도 해요. 무례하고 성의 없는 태도를 가진 분들을 만났을 때는 솔직하게 말씀 드려요. "저는 최선을 다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당신의 글을 읽고 피드백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진심으로 임해 달라"고요. 거듭 퇴고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글을 반려하거나, 갑작스러운 무리한 요구는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태도는 글의 품위와 완성도와 연결돼요. 나날이 좋아지는 글은 정말로 태도가 전부예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야지 마음먹으면 마지막까지 신경 쓰고 퇴고를 거듭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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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를 거쳐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로 활동한다. 동아일보 칼럼 <관계의 재발견>을 연재하며,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마음 쓰는 밤>, <선명한 사랑>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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