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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글은 공개적으로 쓰세요
2023/11/24
📌 방송작가에서 소설가가 되기까지
12년차 작가 고수리입니다. 첫 번째 직업은 방송작가였습니다. KBS <인간극장> 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방송은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5년 카카오 브런치에 ‘그녀의 요일들’이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연재했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금상을 수상해 첫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섯 번째 산문집 『선명한 사랑』이 나와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10년 전에 시작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결과를 맺고 있어요. 휴먼 다큐를 취재하고 만들던 글쓰기는 에세이스트와 글쓰기 안내자의 작업으로 확장되었고,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애니메이션 <토닥토닥 꼬모> 스토리 작가로 일했던 글쓰기는 그림책 글 작가 작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상 구성과 청소년 소설 습작은 휴먼판타지소설 작업으로 확장되었어요. 현재 저는 소설 <까멜리아 싸롱>을 쓰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10년 전에 시작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결과를 맺고 있어요. 휴먼 다큐를 취재하고 만들던 글쓰기는 에세이스트와 글쓰기 안내자의 작업으로 확장되었고,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애니메이션 <토닥토닥 꼬모> 스토리 작가로 일했던 글쓰기는 그림책 글 작가 작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상 구성과 청소년 소설 습작은 휴먼판타지소설 작업으로 확장되었어요. 현재 저는 소설 <까멜리아 싸롱>을 쓰고 있습니다.
📌 글쓰기 수강생 1천 명을 만나다
6년간 창비학당, 세종사이버대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방송작가는 사람책을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 같은데요. 글쓰기 안내자는 사람책을 읽으면서 만나보는 일 같습니다. 한번은 대학교 방학 때 첨삭 수업을 진행한 적 있었어요. 서른 분 정도셨는데, 수업 전에 첨삭 받을 사람이 올린 글을 미리 읽고 댓글로 피드백을 남겨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사이버대학교니까 다들 생계를 이어가느라 바쁘셔서 늦은 밤마다 줌으로 만나 공부했어요. 그런데 댓글 피드백을 한 분도 빠짐없이 어찌나 길고 빼곡하게 다셨는지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없는 거예요. 피드백들 보다가 모니터를 보면, 제 부모뻘 학우님들이 긴장한 얼굴로 웃고 있어요. 그때 눈물이 핑 돌죠. 그런 분들이 쓴 글을 읽어보자면 겸허해져요. 세상엔 내가 모르는 삶이 너무 많다. 내가 모르는 마음이 너무 많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어 세상을 봐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 저라는 사람을 봅니다. 이상하죠.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가장 늦게 발견해요. 그럴 때마다 초심을 다잡습니다. 겸허하자. 이해하자. 사람을 사랑하자고요.
📌 좋아지는 글은 태도가 전부예요
📌 좋아지는 글은 태도가 전부예요
사이버대학교 특성상 Q&A 게시판에 학우들이 질문을 올리면 24시간 내에 교수가 답변해줘야 해요. 학우들이 어떤 질문을 올릴지 궁금하죠? 글쓰기 작법을 물을까 싶지만, 대부분이 글쓰기 고민이에요. 자신의 글쓰기에 정답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싶은 거죠. 지금처럼 계속 써도 된다는 확신. 저는 글쓰기 선생님이자 첫 독자인 셈이에요. 이 사람이 하려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사려 깊게 되묻고 답해줘야 해요.
평소 저는 한없이 다정한 선생님이지만, 때론 몹시 단호하기도 해요. 무례하고 성의 없는 태도를 가진 분들을 만났을 때는 솔직하게 말씀 드려요. "저는 최선을 다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당신의 글을 읽고 피드백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진심으로 임해 달라"고요. 거듭 퇴고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글을 반려하거나, 갑작스러운 무리한 요구는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태도는 글의 품위와 완성도와 연결돼요. 나날이 좋아지는 글은 정말로 태도가 전부예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야지 마음먹으면 마지막까지 신경 쓰고 퇴고를 거듭하거든요.
평소 저는 한없이 다정한 선생님이지만, 때론 몹시 단호하기도 해요. 무례하고 성의 없는 태도를 가진 분들을 만났을 때는 솔직하게 말씀 드려요. "저는 최선을 다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당신의 글을 읽고 피드백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진심으로 임해 달라"고요. 거듭 퇴고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글을 반려하거나, 갑작스러운 무리한 요구는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태도는 글의 품위와 완성도와 연결돼요. 나날이 좋아지는 글은 정말로 태도가 전부예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야지 마음먹으면 마지막까지 신경 쓰고 퇴고를 거듭하거든요.
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를 거쳐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로 활동한다. 동아일보 칼럼 <관계의 재발견>을 연재하며,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마음 쓰는 밤>, <선명한 사랑>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질문받SO' 고수리 편 당첨자 안내 드립니다.
@joarim526 @뽜밹렄딬
두 분께서는 아래 메일로 연락처 전달 부탁 드립니다.
jay@alookso.com
감사합니다.
@joarim526 물론 에세이는 '독자를 염두한 글'이죠.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고 계신 아림님은 이미 '독자를 염두한 글'을 쓰고 있답니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독자들과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때부터 작가의 고민이 시작돼요. 내가 좋아하는 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데, 내가 특정 소재나 주제로(특히 트렌디한 주제로) 쓴 글은 반응이 뜨겁단 말이죠. 다수의 독자가 이런 글을 좋아하는 구나 파악한 순간, 마음이 흔들려요.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이 다른 것 같다고.
이럴 때 내 글의 '독자'들을 좀 더 세분화 시켜봤으면 좋겠어요. 트렌디한 주제를 좋아하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일까, 내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일까. 어떤 독자가 더 오래 내 글을 읽어줄까. 저는 '제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를 염두하고 글을 씁니다. 정말로 그런 소수의 독자들이 오래도록 제 글을 읽어주시고, 조금씩 독자들이 견고해집니다. 작가에게 '독자층'이 생긴다는 걸, 다섯 권의 책을 써보고야 알았어요.
'독자를 생각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저는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익숙한 글쓰기도 좋지만, 다양한 소재와 문체와 장르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도전해봐도 좋겠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아가면 좋겠죠.
더불어 단 한 명 유일한 독자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나, 작가이자 독자인 나 말이에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면의 유일한 독자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글이랍니다. 꾸준히 쓰는 일에 지치지 않으려면 글쓰기가 즐거워야 해요. 인정 받으려는 과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마음으로 글 써봐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분명하다면, 뚝심있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들여 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처럼요. 얼룩소 인터뷰에서 '작가의 포지셔닝'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미 많은 작가가 다룬 글 말고 뭉툭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게 좋습니다.
연재를 시작하신다니, 기쁜 소식이에요. 연재해보고 싶은 주제와 비슷한 도서들을 레퍼런스 삼아 기획단계에 공들여 보세요. 연재할 주제와 기획, 목차 구성을 충분히 고민하고 꾸려보신 다음 연재를 시작하길 바라요. 10편만 연재해보아도 고민했던 지점들이 명확해지고 글쓰기 방향이 바로 잡힐 거예요. 물론 글도 나아질 겁니다. 아림님의 연재를 응원합니다 :)
@jsoyoung02 여러 번 다시 써보시길 권합니다. 글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경우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거나, 아직 공개적으로 쓰기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가 많아요. 작가가 다 정리하지 못한 이야기, 현재 작가가 정리 중인 이야기이죠.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쓰는데도 마무리 되지 않는다. 다른 글감들로 글을 써도 매번 비슷한 깨달음과 생각으로 글이 귀결된다.] 만일 이런 경우라면, 내가 마음에 사무친 이야기를 털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완의 글들이 남는대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는 시도 중인 거예요. 내면에 사무친 이야기를 직면하고 이해해보려고 나아가 보려고 용기내서 시도하고 있는 거죠.
만일 이런 이유로 미완의 글들이 쌓여간다면 지치지 말고 계속 시도해보길 응원합니다. 언젠가 홀가분하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음 이야기를 쓸 때가 올 거예요. 18살에 처음 썼던 이야기를 여러 장르로 여러 시점으로 수십 번 써봤던 초고가 있었어요. 그 글은 33살 때야 완성해 책에 실을 수 있었어요. 저도 아직도 20년 전 서랍에 쌓여있는 미완의 초고들이 많답니다. 여러 번 시도하고 실패하다 보면, 언젠가 완성할 수 있겠죠.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선물해요.
"시도했고,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 - 사뮈엘 베케트
@단단 에세이에서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 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문장이거든요. 우리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주어야 하는 건 여운, 오직 여운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글은 오랫동안 독자에게 남습니다. 에세이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실수하는 부분도 결미 부분이에요. 독자를 가르치려 하거나 자기 주장, 혹은 자랑으로 끝나는 글은 피해야 한다고, 저는 글쓰기 수업에서 말합니다. 그런 글은 대부분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자기애 충만한 오만한 글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요.
물론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에세이의 경우, 내가 깨달은 바를 적극적으로 전하며 마무리 지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적인 인생의 이야기가 주로 글감이 되는 에세이는 독자에게 말 걸기와 같아요. "있잖아. 나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어. 당시엔 몰랐는데 돌아보니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 이러이러한 걸 느꼈거든. 이상하지,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다른 내가 되었어." 이 정도의 감도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됩니다. 그럼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었는데.' 등등 간접경험과 공감을 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봐요. 독자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것. 그게 바로 글의 여운이지요.
여운이 남는 글을 쓰려면, 퇴고과정에서 최대한 덜어내기를 해보세요. 독자가 내 이야기를 이해할까, 내 감정의 정도를 알아차릴까,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잘 전달받을까. 그래서 설명과 꾸밈이 길어지곤 해요. 특히 감정적으로 호소하려는 조바심이 커지죠. 과감하게 덜어내도 좋을 것들은 모두 덜어내고요. 힘주어 전하고 싶은 문장은 단 하나여도 충분합니다. 때로는 나조차도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내 감정과 생각이 뭔지 모를 때는, 솔직하게 '나도 모르겠다'라고 써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영화의 엔딩처럼, 어떤 장면을 보여주면서 글을 마쳐도 좋습니다. 제가 보여주듯이 글을 쓰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결미 방식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저마다 다른 여운을 느끼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열린 결말처럼, 때로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툭 그 장면을 놓아두고 글을 마무리해보세요. 독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거예요. 글을 많이 쓰면서 내 글쓰기에 맞는 자기만의 엔딩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
@hey2h 좋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일단 반은 시작하신 거예요. 쓰고 싶다,라는 분명한 의지가 있으니까요. 모든 작가가 독자님처럼 바란답니다. 조금 더 다채롭고 특별한 표현을 쓰고 싶다고요. 나만 쓸 수 있는 어떤 표현이 없을까 고민하죠. 그러나 초고를 쓸 때부터 그런 고민에 골몰한다면, 글 한 편을 끝까지 쓰기가 어려워져요. 부담과 강박 때문에요. 모든 작법서에서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좋은 첫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다가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글쓰기와 비슷하죠. 글의 마무리가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랍니다.
작가만의 특별한 표현을 쓰고 싶다면, 퇴고 과정에서 고민하고 고쳐주세요. 초고는 몰입해서 단숨에 써야 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초고는 불완전한 글일 가능성이 큽니다. 작가들은 초고를 마구 써내려간 글이라고 해서 '막고'라고도 부를 정도니까요. 첫 문장부터 완벽하고, 처음부터 다채롭고 멋진 문장을 쓰는 작가는 없습니다. 처음엔 단숨에 써내려간 일기처럼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글이 초고가 될 수도 있어요. 그 글의 구성과 문장과 오류들을 여러 번 세밀하게 퇴고하면서 글을 완성해 나가는 겁니다. 식상하다 느껴지는 표현들은, 형용사나 부사들을 최대한 덜어내고 꾸밈없는 담백한 문장으로 두면 좋아요. 글 속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표현이 있다면, 그 표현만 고심해서 고쳐본다면 훨씬 전달력 있고 멋진 문장이 될 거예요.
또한 에세이를 쓰다 보면 작가가 만난 사람들, 작가의 가족과 지인들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죠. 내 이야기만 쓴다면 괜찮을 텐데, 가족 지인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오르내리는 일은 두렵기도 합니다. 저는 가족이나 지인 이야기를 쓸 땐 동의를 구합니다. 저는 엄마 이야기를 많이 써왔는데요. 엄마에게도 이 이야기를 써도 되는지 동의를 구해왔습니다. 특히, 책에 글을 수록하게 된다면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에세이스트의 윤리입니다. 방송작가로 일할 때, 취재원을 보호하는 역할과 같달까요. 내가 주인공이 아닌, 지인의 이야기를 쓸 때에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니셜만 언급한다거나, 성별이나 이름, 구체적인 상황들을 다르게 바꾸기도 합니다. 작가에게는 글 속의 등장인물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수리수리작가님! 공개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삶에서 느끼는 마음들을 꾸준히 쓰고 싶은데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은 다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할지 내가 현시점에 고민하고 쓰고 싶은 마음들을 써야할지 고민이 계속됩니다!
내가 경험하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로 쓰고 싶은데 어떻게 연습을 하는게 좋을까요?
+ 꾸준한 연재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꾸준히 쓸 수 있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쓰고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막상 쓰다보면 글을 길게 이어나가지 못하고, 늘 마무리가 안되서 미완성 상태로 서랍 속에 넣어둔 글들이 많아요 ㅜㅜ 미완성 된 글들을 다시 잡고 완성시키기 위해 쓰는게 좋을까요? 아님 새롭게 글을 다시 시작해서 글을 써보는게 좋을까요?
@최서우 이미 서우님은 답을 알고 계신 거 같아요 :)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썼다고 하지만 진심이 안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면, 서우님에겐 형식에 맞춰 쓰는 글쓰기가 맞지 않고 힘든 거라는 말일테니까요. 에세이의 경우,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가진 글입니다.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쓰라는 말은 아녜요. 형식이란 건, 한 편의 글이 하려는 이야기가 독자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틀 같은 거 아닐까 생각해요.
모든 산문 장르와 스토리 텔링, 그러니까 이야기를 글로 전달하는 방식은 용어만 다르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두- 본문 - 결미 / 기승전결 등 모두 포물선의 형식을 띄고 있죠. 그리고 이 형식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읽어온 글들에서, 배워온 글쓰기에서 이미 우리는 글의 형식을 배워왔어요.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 철두철미하게 형식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쓰지 않아도 그동안 배워온 기본적인 형식을 지키며 쓸 테니까요.
에세이의 경우, 좀 더 느슨하고 자유로워도 좋습니다. 작가가 가진 본연의 말투와 글투, 이야기를 전달하는 습관 같은 것이 자유롭게 드러날 때 글이 '맛깔난다'고 얘기하곤 하죠. 그게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형식을 지키려고 애쓰지 마시고, 내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문체를 찾고 리듬감을 살리려고 노력해보세요. 에세이는 산문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이기에 독자들이 단숨에 이야기에 몰입하고 읽어내려간 후에 무언갈 느낍니다.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퇴고하실 때 내 글을 내가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읽으면서 호흡과 발음이 엉키는 부분, 표현이 경직된 부분, 감정이 과잉된 부분들을 찾아내 덜어내고 자연스럽게 고쳐보는 겁니다.
이 또한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파격적으로 틀을 깨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또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말로 녹음해서 녹취를 풀어보는 거예요. 그럼 알게 되실 거예요.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이런 말투로 하고 싶었던 거구나. 녹취한 글을 토대로 글을 완성해보세요. 즐거운 경험이 될 겁니다 :)
@홍지현 제가 최근에 다른 글쓰기 강의들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특정 강의가 좋다는 말씀은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다만 제가 들어보거나 진행해본 신뢰할 수 있는 강의들 중심으로 말씀 드릴게요. 대체로 출판관련 교육기관에서 주최하는 강의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아동문학작가학교를 다녔고요. 거기서 아동문학을 공부했어요. 또 창비학당에서 에세이 강의를 이끌었는데요. 제가 이끌었던 강의 뿐만 아니라, 좋은 작가님들이 직접 진행하시는 강의들이 많았습니다. 작사 강의 대부분은 클래스101에서 찾아 들었었어요. 지방이나 해외에 계신 분들을 위해 줌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긴 해요.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창과에서 글쓰기를 가르쳐 보니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 수업도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교수진들이 탁월하고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수업을 들어볼 수 있고요, 수업의 질이 완전히 달랐어요. 한 학기에 90-100분 러닝타임의 13강 강의와 더불어 라이브 줌 수업으로 첨삭이나 합평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비슷한 상황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우들의 학구열이 대단하기도 하고요. 아직 내가 어떤 장르의 글쓰기에 적합한지 모르겠다면, 에세이 시 소설 웹소설 그림책 방송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수업을 들어볼 수 있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 교수님들 수업이 너무너무 듣고 싶거든요.
만일 에세이 관련 수업을 듣고 싶으시다면, 의도치 않게 홍보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요. 제가 일 년에 두 번씩, 5주차 에세이 이론 강의를 만들어 줌 수업으로 진행해 왔는데요. 합평 수업은 이끌지 못하지만 에세이의 기본 작법을 배우기에는 유익한 강의로요. 아마도 1월에 열게 될 것 같아요. 모집할 때 작가계정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소식 올리니까요. 관심 있으시다면 지켜봐 주세요. 해외에서도 공부하고 싶은 간절함이라면, 어떤 수업을 들으시든 분명 좋은 글을 쓰실 수 있을 거예요. 건필을 빕니다.
@muruybi 홀로 보낼 자유로운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설레요...!) 상상 하나.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마감과 작업이랑은 관련없는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써보고 싶어요. 상상 둘. 포르투갈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리스본이랑 포르투를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 여행은 엄마랑 가보고 싶어요. 상상 셋. 글쓰기랑은 하나도 관련 없는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상상 넷. '철학자의 길' 같은 길을 내내 산책하고 싶네요. 아무튼 뭘 하든 간에 일주일 동안 밥은 안 할 거예요. 밥도 한 끼도 안 먹어도 돼요 ㅋㅋㅋ 부엌 근처는 얼씬도 안하려고요! 독자님 덕분에 상상만으로도 잠시나마 행복해졌습니다. 같이 상상하며 행복해져요 :)
글이 안 써지거나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답변들에 전해드린 바와 같고요. 추천 책은, 마침 예스24에 '올해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저는 글쓰기책을 추천했어요.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입니다. [한 번쯤 삶이 부서져 본 사람에게, 진짜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부낭이 되어줄 사려 깊은 책]이라는 추천 이유와 함께요.
저 말고도 많은 좋은 작가님들의 추천 책을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주 좋은 책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추천 링크도 함께 첨부합니다.
https://www.yes24.com/campaign/00_Corp/2023/1113Mine.aspx
@joarim526 물론 에세이는 '독자를 염두한 글'이죠.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고 계신 아림님은 이미 '독자를 염두한 글'을 쓰고 있답니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독자들과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때부터 작가의 고민이 시작돼요. 내가 좋아하는 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데, 내가 특정 소재나 주제로(특히 트렌디한 주제로) 쓴 글은 반응이 뜨겁단 말이죠. 다수의 독자가 이런 글을 좋아하는 구나 파악한 순간, 마음이 흔들려요.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이 다른 것 같다고.
이럴 때 내 글의 '독자'들을 좀 더 세분화 시켜봤으면 좋겠어요. 트렌디한 주제를 좋아하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일까, 내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일까. 어떤 독자가 더 오래 내 글을 읽어줄까. 저는 '제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를 염두하고 글을 씁니다. 정말로 그런 소수의 독자들이 오래도록 제 글을 읽어주시고, 조금씩 독자들이 견고해집니다. 작가에게 '독자층'이 생긴다는 걸, 다섯 권의 책을 써보고야 알았어요.
'독자를 생각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저는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익숙한 글쓰기도 좋지만, 다양한 소재와 문체와 장르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도전해봐도 좋겠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아가면 좋겠죠.
더불어 단 한 명 유일한 독자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나, 작가이자 독자인 나 말이에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면의 유일한 독자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글이랍니다. 꾸준히 쓰는 일에 지치지 않으려면 글쓰기가 즐거워야 해요. 인정 받으려는 과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마음으로 글 써봐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분명하다면, 뚝심있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들여 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처럼요. 얼룩소 인터뷰에서 '작가의 포지셔닝'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미 많은 작가가 다룬 글 말고 뭉툭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게 좋습니다.
연재를 시작하신다니, 기쁜 소식이에요. 연재해보고 싶은 주제와 비슷한 도서들을 레퍼런스 삼아 기획단계에 공들여 보세요. 연재할 주제와 기획, 목차 구성을 충분히 고민하고 꾸려보신 다음 연재를 시작하길 바라요. 10편만 연재해보아도 고민했던 지점들이 명확해지고 글쓰기 방향이 바로 잡힐 거예요. 물론 글도 나아질 겁니다. 아림님의 연재를 응원합니다 :)
@jsoyoung02 여러 번 다시 써보시길 권합니다. 글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경우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거나, 아직 공개적으로 쓰기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가 많아요. 작가가 다 정리하지 못한 이야기, 현재 작가가 정리 중인 이야기이죠.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쓰는데도 마무리 되지 않는다. 다른 글감들로 글을 써도 매번 비슷한 깨달음과 생각으로 글이 귀결된다.] 만일 이런 경우라면, 내가 마음에 사무친 이야기를 털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완의 글들이 남는대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는 시도 중인 거예요. 내면에 사무친 이야기를 직면하고 이해해보려고 나아가 보려고 용기내서 시도하고 있는 거죠.
만일 이런 이유로 미완의 글들이 쌓여간다면 지치지 말고 계속 시도해보길 응원합니다. 언젠가 홀가분하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음 이야기를 쓸 때가 올 거예요. 18살에 처음 썼던 이야기를 여러 장르로 여러 시점으로 수십 번 써봤던 초고가 있었어요. 그 글은 33살 때야 완성해 책에 실을 수 있었어요. 저도 아직도 20년 전 서랍에 쌓여있는 미완의 초고들이 많답니다. 여러 번 시도하고 실패하다 보면, 언젠가 완성할 수 있겠죠.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선물해요.
"시도했고,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 - 사뮈엘 베케트
@단단 에세이에서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 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문장이거든요. 우리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주어야 하는 건 여운, 오직 여운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글은 오랫동안 독자에게 남습니다. 에세이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실수하는 부분도 결미 부분이에요. 독자를 가르치려 하거나 자기 주장, 혹은 자랑으로 끝나는 글은 피해야 한다고, 저는 글쓰기 수업에서 말합니다. 그런 글은 대부분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자기애 충만한 오만한 글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요.
물론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에세이의 경우, 내가 깨달은 바를 적극적으로 전하며 마무리 지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적인 인생의 이야기가 주로 글감이 되는 에세이는 독자에게 말 걸기와 같아요. "있잖아. 나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어. 당시엔 몰랐는데 돌아보니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 이러이러한 걸 느꼈거든. 이상하지,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다른 내가 되었어." 이 정도의 감도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됩니다. 그럼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었는데.' 등등 간접경험과 공감을 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봐요. 독자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것. 그게 바로 글의 여운이지요.
여운이 남는 글을 쓰려면, 퇴고과정에서 최대한 덜어내기를 해보세요. 독자가 내 이야기를 이해할까, 내 감정의 정도를 알아차릴까,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잘 전달받을까. 그래서 설명과 꾸밈이 길어지곤 해요. 특히 감정적으로 호소하려는 조바심이 커지죠. 과감하게 덜어내도 좋을 것들은 모두 덜어내고요. 힘주어 전하고 싶은 문장은 단 하나여도 충분합니다. 때로는 나조차도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내 감정과 생각이 뭔지 모를 때는, 솔직하게 '나도 모르겠다'라고 써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영화의 엔딩처럼, 어떤 장면을 보여주면서 글을 마쳐도 좋습니다. 제가 보여주듯이 글을 쓰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결미 방식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저마다 다른 여운을 느끼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열린 결말처럼, 때로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툭 그 장면을 놓아두고 글을 마무리해보세요. 독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거예요. 글을 많이 쓰면서 내 글쓰기에 맞는 자기만의 엔딩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
@muruybi 홀로 보낼 자유로운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설레요...!) 상상 하나.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마감과 작업이랑은 관련없는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써보고 싶어요. 상상 둘. 포르투갈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리스본이랑 포르투를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 여행은 엄마랑 가보고 싶어요. 상상 셋. 글쓰기랑은 하나도 관련 없는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상상 넷. '철학자의 길' 같은 길을 내내 산책하고 싶네요. 아무튼 뭘 하든 간에 일주일 동안 밥은 안 할 거예요. 밥도 한 끼도 안 먹어도 돼요 ㅋㅋㅋ 부엌 근처는 얼씬도 안하려고요! 독자님 덕분에 상상만으로도 잠시나마 행복해졌습니다. 같이 상상하며 행복해져요 :)
글이 안 써지거나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답변들에 전해드린 바와 같고요. 추천 책은, 마침 예스24에 '올해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저는 글쓰기책을 추천했어요.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입니다. [한 번쯤 삶이 부서져 본 사람에게, 진짜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부낭이 되어줄 사려 깊은 책]이라는 추천 이유와 함께요.
저 말고도 많은 좋은 작가님들의 추천 책을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주 좋은 책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추천 링크도 함께 첨부합니다.
https://www.yes24.com/campaign/00_Corp/2023/1113Mine.aspx
많은 작업을 하고 계시는 고수리 작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수와 응원) 에세이에 소설에 어린이책에 작사작업에 글쓰기선생님에 아이들의 육아까지.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면 아프시거나 방전되실까 걱정이 되네요. 만약 작가님께 (일이나 육아에서 자유로운) 일주일이라는 온전한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실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시다가 방전되거나 번아웃이 오셨을 때 빠져나오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지요? 최근에 출간하신 <선명한 사랑>은 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궁금합니다. ^^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싶지만 반응 없는 것도 두렵고. 악플?도....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작가님은 악플이나 안 좋은 리뷰를 볼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받SO' 고수리 편 당첨자 안내 드립니다.
@joarim526 @뽜밹렄딬
두 분께서는 아래 메일로 연락처 전달 부탁 드립니다.
jay@alookso.com
감사합니다.
수리수리작가님! 공개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삶에서 느끼는 마음들을 꾸준히 쓰고 싶은데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은 다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할지 내가 현시점에 고민하고 쓰고 싶은 마음들을 써야할지 고민이 계속됩니다!
내가 경험하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로 쓰고 싶은데 어떻게 연습을 하는게 좋을까요?
+ 꾸준한 연재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꾸준히 쓸 수 있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쓰고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막상 쓰다보면 글을 길게 이어나가지 못하고, 늘 마무리가 안되서 미완성 상태로 서랍 속에 넣어둔 글들이 많아요 ㅜㅜ 미완성 된 글들을 다시 잡고 완성시키기 위해 쓰는게 좋을까요? 아님 새롭게 글을 다시 시작해서 글을 써보는게 좋을까요?
@최서우 이미 서우님은 답을 알고 계신 거 같아요 :)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썼다고 하지만 진심이 안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면, 서우님에겐 형식에 맞춰 쓰는 글쓰기가 맞지 않고 힘든 거라는 말일테니까요. 에세이의 경우,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가진 글입니다.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쓰라는 말은 아녜요. 형식이란 건, 한 편의 글이 하려는 이야기가 독자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틀 같은 거 아닐까 생각해요.
모든 산문 장르와 스토리 텔링, 그러니까 이야기를 글로 전달하는 방식은 용어만 다르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두- 본문 - 결미 / 기승전결 등 모두 포물선의 형식을 띄고 있죠. 그리고 이 형식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읽어온 글들에서, 배워온 글쓰기에서 이미 우리는 글의 형식을 배워왔어요.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 철두철미하게 형식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쓰지 않아도 그동안 배워온 기본적인 형식을 지키며 쓸 테니까요.
에세이의 경우, 좀 더 느슨하고 자유로워도 좋습니다. 작가가 가진 본연의 말투와 글투, 이야기를 전달하는 습관 같은 것이 자유롭게 드러날 때 글이 '맛깔난다'고 얘기하곤 하죠. 그게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형식을 지키려고 애쓰지 마시고, 내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문체를 찾고 리듬감을 살리려고 노력해보세요. 에세이는 산문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이기에 독자들이 단숨에 이야기에 몰입하고 읽어내려간 후에 무언갈 느낍니다.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퇴고하실 때 내 글을 내가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읽으면서 호흡과 발음이 엉키는 부분, 표현이 경직된 부분, 감정이 과잉된 부분들을 찾아내 덜어내고 자연스럽게 고쳐보는 겁니다.
이 또한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파격적으로 틀을 깨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또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말로 녹음해서 녹취를 풀어보는 거예요. 그럼 알게 되실 거예요.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이런 말투로 하고 싶었던 거구나. 녹취한 글을 토대로 글을 완성해보세요. 즐거운 경험이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