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이별의 김포공항] 박완서 소설의 서사 구조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5/04
2019. 박완서. <이별의 김포공항>

1. 박완서

[이별의 김포공항]의 단편 소설들은 해방 이후,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둔다. 정서적, 문화적으로는 가부장제를 다룬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주로 ‘신여성’. 신여성엔 박완서 작가 자신이 투영돼 있다. 그 눈으로 가부장제와 그 구성원의 문제점을 잘 포착해낸다. 소설은 감정을 완전히 숙성시키지 않은 채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뜨겁고, 무조건적인 연민과 공감으로 일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차갑다. 그러나 역시, 박완서의 작품은 뜨겁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한 진단일 듯하다.

박완서 작품을 읽은 건 이번이 세 번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을 때 박완서 작가의 개성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남자 만화, 여자 만화가 있다면 나는 주로 남자 만화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완전한 구분은 불가능하겠지만 소설에서도 그런 구분이 어느 정도는 작동한다 말할 수 있다. 박완서 작품은 그 시대, 문화에 속한 여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있지만 남성은 비교적 소외돼 있다. 남성을 소외했다고 나쁜 작품이라 말할 생각은 없다. 작가는 어쨌든 남성 아니면 여성일 테니, 한 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건 작가 고유의 권한이니 만큼 왈가불가하고 싶지 않다.

박완서의 작품들은 여성 작가들에게 소설 작법의 한 전형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박완서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으니 소설 쓰기에 진척이 더딘 수많은 작가 준비생에게 빛과 같은 존재가 된다. 박완서 이후 늦깎이 데뷔가 흔해졌다 한다. 소설은 엘리트의 산물이 아닌 경험과 기술의 소산이라는 점을 박완서는 몸소 증명한 셈이다. 이 책에 추천의 말을 쓴 강화길 작가는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한다. 가부장제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요즘, 그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여성들에게 박완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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