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나 요즘이나 사람 사는 건 ‘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만했습니까’를 읽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5/16
   
고려시대나 요즘이나 사람 사는 건 
‘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만했습니까’를 읽고 
   
후배들과 술자리 가질 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항상 꺼내는 옛 사연이 있다. 사반세기 전 한 장애인 보험설계사 아이템을 담당했던 작가의 나레이션이다. 광화문 근처에서 살았던 그녀의 주 활동무대는 여의도였다. 그래서 광화문 출근 러시 시간 때 여의도로 가는 5호선을 탔다. 에스컬레이터에 그득한 직장인들이 위로 올라가는 길에 그녀가 혼자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PD가 에스컬레이터 아래에서 잡았다. 흔한 그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나레이션 하나가 입혀지면서 그 그림이 살았을 뿐 아니라 아이템의 주제가 확연히 빛났다. 어떤 나레이션이었을까. 딱 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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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가 하루 중 유일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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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다. 그녀는 항상 세상을 올려다 보았다. 워낙 휠체어가 확연히 드러나는지라 자주 빌딩 앞 경비실에서 출입이 가로막혔고, 다른 보험 설계사들은 멀쩡히 통과하는 건물을 들어갈 수 없는 일이 잦았다. 그녀는 그럴때마다 상대를 올려다보며 들어가게 해달라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통사정을 해야 했다. 고객을 만나서도 마주보고 앉지 않는 한 대개는 고개를 젖히고 대화를 해야 했다. 시선 150도는 항상 그녀의 목의 각도였다. 그런데 딱 그 순간만은 그녀가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옥좌에  앉은 여왕처럼 늠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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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자처하지만 나는 이런 게 ‘시’라고 생각한다. 한 줄로 백 마디를 하고, 한 마디로 백 단어를 말할 수 있는. 또 그를 위해 말과 글을 깎고 다듬고 짜내서 그걸 엮어 내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시는 어렵다. 살아오면서 시를 써 보겠노라고 뻗대지 않았던 것은 나의 겸손함이 아니라 얼마 지니지 못한 현명함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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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어려운 시들을 참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전 후배가 친일과 친독재의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서정주의 시에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을 때 십분 공감했다. 동시...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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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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