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18. 보강

이기원
이기원 인증된 계정 · 드라마작가, 소설가, 스토리 컨설턴트
2023/11/09

며칠 전, 네이버의 기승전결 카페에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쓴이가 수업하는 클래스에서 선생에게 '이기원 작가가 시놉시스를 쓰지 말라고 했다' 했더니, 그 선생은 그런 편법을 따르지 말고, FM대로 시놉시스를 쓰고 극본을 쓰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누구 말을 따르면 좋겠느냐고 글을 남겼다.

난 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댓글을 달았다.

...제 글을 제대로 안 읽어보신 거 아닌가요? ㅠㅠ 꼭 이런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전후 맥락을 자르고, 그냥 시놉시스를 쓰지 말랬다고 그러면, 선생님들한테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지요. 제발 제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랬더니, 바로 대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난 그 댓글을 읽어보지 못했다. 이미 삭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대댓글에 어느 분이 대대댓글을 단 것을 토대로 그 삭제된 글이 어떤 글이었는지 추정할 뿐이었다. 

대대댓글의 내용은 이렇다. 

이기원님은 시놉을 쓰더라도 작품 구상 시작 단계에서만큼은 쓰지 말라. 쓰더라도 나중에 써라 뭐 이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데 님이 처음 다신 댓글을 보면 이기원님이 아예 쓰지 말라고 한 것처럼 보이네요. 시놉(부터) 쓰지 말라고 한 거랑, 시놉(을) 쓰지 말라고 한 거랑은 같은 말이 아니니까요. 맥락 자르고 이해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한 듯합니다.

따라서 대댓글을 추측해 보건데, 본인의 첫 글의 논리를 강화하고 내 댓글을 반박하기 위해 어떤 글을 썼으나, '대대댓글'님에 의해 논리가 무너지니까 자진 삭제를 한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그 첫 댓글러에게 그 어떤 감정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내 본의가 조금 왜곡된 것 같아 속상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반성도 하게 됐다. 

시놉 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주구장창 얘기해 놓고, 그것들을 당신이 원하는 매뉴얼식으로 정리를 안 해줬기 때문이었다. 이거저거 먹으라고 얘긴 했지만, 정작 내가 이 시리즈를 쓴 목적인 내가 수저로 떠서 당신 입 안에 넣어주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그 첫 댓글러에게 고...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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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작법 연구. <하얀 거탑>, <제중원> 집필. 드라마를 베이스로 ‘세상의 모든 작법’ 을 쉽고 분명하게 알려 드립니다.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 ‘원포인트레슨’, ‘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등등이 연재됩니다 이메일 keewon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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