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처럼 커져도 좋아.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8/09
자란다는 건 참 신기하다. 사람은 물론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봄에 땅을 뚫고 올라와 연한 잎으로 입맛을 돋궈주던 비름나물이 어느결에 자라 고목이 되었다. 굵기는 손가락 두 개 합쳐놓은 것만 하고 키는 내 가슴팍까지 온다. 이 정도면 풀이 아니라 나무 수준 아닌가. 여리디 여려 속속 뽑히던 그 나물이란게 상상이 안될 정도다.

점순이도 그렇다. 너무 어리고 가냘퍼 만지기조차 조심스러웠던 녀석이 어느새 훌쩍 자라 제법 중고양이 티를 낸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언제 자라는지는 눈에 안보이는데 문득문득 많이 자랐다는게 느껴지면 너무 당연한 것이 새삼 신비롭게만 여겨진다. 자란다는 것. 사람의 능력으로는 흉내 낼수 없는 신의 영역 같은 느낌이다.

점순이는 여전히 생기발랄하고 붙임성이 좋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작업실 창문으로 보고 반기기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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