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몇 개가 비슷하다고 한국어기원설에 넘어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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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ist96 · 호기심 많은 기후생태활동가이자 한의사
2023/02/09
바스크어, 투르크어, 타밀어 등이 한국어에서 유래했다거나, 누르하치는 한민족 '김씨'이고 금의 국호는 신라 왕성에서 비롯했다거나 하는 유사역사학, 유사언어학이 일부 언론의 지면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어가 무슨무슨 언어의 기원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가짜동족어 현상에 기대어 대중들을 혹하게 만든다.
   
사실은 흔한 현상, 가짜 동족어(false cognate)
   
동족어(cognate)는 같은 어원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가까운 언어들에서는 당연히 동족어가 매우 많다. '국제적인'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서 international(e)로 철자가 똑같고, 이탈리아어에서 internazionale, 포르투갈어, 스페인어에서 internacional라서 거의 비슷하다. 라틴어에서 기원한 동족어들이다.
   
도서관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에서 biblioteca, 독일어에서 Bibliothek, 프랑스어에서 bibliothèque로 거의 비슷하다.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동족어들이다. 세월 따라 변화를 겪어서 발음, 철자, 뜻이 서로 달라진 동족어들도 있다. 겉보기에 많이 달라도 어원을 추적해서 공통 기원이 나오면 동족어라고 한다.
   
그런데, 어원이 다른데도 오직 우연에 의해 뜻과 발음이 비슷한 단어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단어쌍을 가짜동족어라고 부른다. 동족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동족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스페인어로 초사(choza)는 초가집이란 뜻이다. 영어 덩(dung)은 똥이란 뜻이다. 독일어 비박(biwak)은 야영(非 宿泊)이란 뜻이다. 모카신은 '모카 색깔의 신발'인 것 같지만 미국 선주민의 단어 moccasin에서 왔다. 중국어 니(你)는 너라는 뜻이다. '못생긴'이란 뜻의 프랑스어 moche는 경상도 발음 '모쒱긴'과 비슷하게 들린다. '어이, 이거 봐요!'라는 뜻의 프랑스어 voyon의 발음도 '봐요'와 비슷하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다. 이탈리아어 popò(뽀뽀)는 대변, pipì(삐삐)는 소변인데, 한국 화장실 휴지 이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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