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풋잠 8회 – 책 한 권을 선정해달라고 제안 받다
풋잠에 가서 토론을 한지도 3개월이 지났다. 준병이 형은 다음 모임에도 나를 불렀지만 나는 거절했다. 사람들과 가까워질 때 나는 미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그들은 나에게 반갑다고 할 것이지만, 곧 나를 버릴 거다. 하하호호 웃지만, 정작 나에게 그들이 필요할 때는 바쁘다고 하겠지. 그래서 나는 차라리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않기를 택한다.
여름이었다. 푹푹 찌는 더위가 나를 괴롭혔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아라뱃길까지 갔다. 아라뱃길 인근에는 김포 물류단지가 있다. 그곳에서는 일용직으로 일할 수 있다. 10시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날은 전날에 부모님과 통화로 다툰 일을 생각하다가 지하철을 반대로 타버렸다. 서둘러서 지하철을 다시 정방향으로 타고 물류단지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버스에 올라타고 시간을 확인했을 때 10시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버스에 올라타서 인력관리 업체 직원에게 전화했다.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그런데 인력관리 업체 직원은 10시 정시에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전화를 끊었다. 1시간 정도 헛걸음을 했구나. 아라뱃길 근처까지 온 김에 강가나 걸을까?
김포아라뱃길에서 내려 강가로 내려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마땅히 걸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카페를 찾아 앉았다. 자전거를 탄 아저씨들이 가득한 카페였다. 순간 부러웠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준병이 형, 오랜만이에요!”
“그래. 잘 지내냐?”
“네. 저는 잘 지냅니다. 형은 잘 지내셔요?”
“잘 지내지. 어제는 석사 논문 원고를 써야 해서 밤을 샜다만, 지금 괜찮다.”
“아이고, 형 많이 힘들었겠네요. 오늘도 일해요?”
“아이, 뭐, 그냥 하는 거지. 힘들어도 사는 게 인생 아니겠냐? 지금은 병원이지. 이따가 당직이라 좀 시간이 괜찮을 것 같아.”
“아이고.... 밤 샛는데 당직 서시면 힘들겠네요....”
“아니, 당직을 서는 게 좋지. 집에 가면 또 애들을 돌봐야 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