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낙심(에밀리 브론테)
믿음과 낙심
에밀리 브론테(졸역)
초겨울 바람결이 굵고 거칠구나.
아이야, 나에게 다가오렴.
네 책들이랑 외로운 소꿉놀이는 밀쳐 놓아라.
밤을 지새우면서 꼭두새벽이 오도록
이야기하면서 시름에 잠긴 시간을 헤쳐나가리라.
딸 이레나(평화 뜻이 있음)야, 우리네 비바람 들이치지 않는 시골 저택집 둘레에
십일월 황소바람은 몰래 찾아왔다.
딸의 머릿결을 살랑일 만큼
실내에는 조그만 실바람 한 올 스며들 틈이 없다.
딸의 카멜레온 눈빛에 눈길
그 불꽃을 지켜봐 반갑다.
행복한 고요 속에 내 가슴에
딸의 뺨을 보드랍게 누른 채 느끼기.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안온함마저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안온함마저
나에게 쓰고 불안한 생각을 불러 일으키고
붉은 벽난로 불의 유쾌한 빛 속에서,
나는 눈으로 막힌 깊은 산골짜기를 생각한다.
나는 황야와 안개 낀 언덕을 꿈꾼다.
저녁이 찾아오고 차가워지는 곳;
추운 산 속에 홀로,
내가 옛날부터 사랑했던 사람들을 기억 속에서 불러놓고
절망적 고통 속에 내 마음은 아프다.
부질없는 불평에 질려,
다시는 그들을 불러내지 않겠다고!
FAITH AND DESPONDENCY
Emily Bronte
The winter wind is loud and wild,
Come close to me, my darling child;
Forsake thy books, and mateless play;
And, while the night is gathering gray,
We'll talk its pensive hours away;—
Ierne, round our sheltered hall
November's gusts unheeded call;
Not one faint breath can enter here
Enough to wave my daughter's hair,
And I am glad to watch the blaze
Glance from her eyes, with mimic rays;
To feel her cheek, so softly pressed,
In happy quiet on my breast,
But, yet, even this tranquillity
Brings bitter, restless thoughts to me;
And, in the red fire's cheerful glow,
I think of deep glens, blocked with snow;
I dream of moor, and misty hill,
Where evening closes dark and chill;
For, lone, among the mountains cold,
Lie those that I have loved of old.
And my heart aches, in hopeless pain,
Exhausted with repinings vain,
That I shall greet them ne'er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