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3/31
출처-픽사베이
   요즘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말 중 하나가 ‘가성비(cost-effectiveness, 價性比, 가격 대비 성능)’다. 필요와 욕구가 없다가도 싸다는 이유로 지갑을 열기도 한다. 가성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았을 것이다. 지불한 것보다 많이 얻는 것을 마다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입장을 바꾸어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에밀 졸라(1840∼1902)가 1883년 출간한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에는 이런 글이 등장한다. “제대로 된 과정을 밟아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그로서는 이 직업이 요구하는 섬세함과 요령을 갖추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인내하며 배워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진정한 상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비싸게 파는가 하는 것이었다.” 

   소개한 문장은 에밀 졸라가 어느 파렴치한 별난 상인을 포착해서 쓴 글이 아니다. 길드Guild 체제 하에서 독점을 보장받았던 상업구조와 상인들의 보편적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파는 사람이 권력을 행사했던 길드 체제는 1852년 세계 최초의 백화점으로 불리는 봉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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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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