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 - 시인의 영혼의 향기

누노
누노 · Life of us
2023/11/04

정호승 시인이 지난해에 낸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읽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115편은 아홉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발표 신작이다. 
1950년생인 시인은 벌써 73세가 되었다. 
<별들은 따뜻하다>(1999년)를 읽고 처음이니 나는 시인의 팬은 아닌거겠지만 내가 나이먹은만큼 행간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읽히는 이번 시집은 참 좋았다.
몇편을 적어본다 .

모닥불

강가의 모닥물 위에 함박눈이 내린다 
하늘의 함박눈이 모닥불 위에 내린다 

​모닥불은 함박눈을 태우지 않고 스스로 꺼진다 
함박눈은 모닥불에 녹지 않고 스스로 녹는다 

​나는 떠날 시간이 되어 스스로 떠난다 
시간도 인간의 모든 시간을 스스로 멈춘다 ​

이제 오는 자는 오는 곳이 없고 
가는 자는 가는 곳이 없다 

​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 

꽃을 따르라

​돈을 따르지 말고 
꽃을 따르라 

​봄날에 피는 꽃을 따르지 말고 
봄날에 지는 꽃을 따르라 ​

벚꽃을 보라 
눈보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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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기획자/방송 작가.오랫동안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왔고 지금은 영화 드라마 방송 공연 건축 전시 여행 등 모든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쓰고싶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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