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집순이 소설가의 여행법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14
국립 공원 투어 ① 털매머드와 오렌지 딸기 레모네이드

솔뫼가 주말마다 나를 끌고 다닌 것은 사전 훈련이었다. 솔뫼의 계획, 솔뫼가 그린 큰 그림은 바로 이것, 국립 공원 투어였다. 

첫 국립 공원 투어 목적지는 아치스 국립 공원Arches National Park과 캐년랜즈 국립 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 두 공원이 가까워 묶어서 많이들 간단다. 여길 가려면 우선 모압Moab, 모압으로 가야 한다. 
모압까지는 멀었다. 최단 경로로 가면 4시간이지만 솔뫼는 동료에게 추천받은 풍광 좋은 경로를 택했다. 5시간. 미국에서는 가까운 거리라고 하지만 한국 사람인 나는 KTX 타고 서울에서 부산 가서 돼지국밥 먹고 광안대교를 찍을 수 있는 시간으로 환산된다. 

반차를 내고 온 솔뫼가 후딱 라면을 끓여 먹고 설거지거리는 내버려둔 채 집을 나섰다. 솔뫼의 백팩, 내 백팩, 트래킹할 때 들 용도로 솔뫼의 물통 가방(하아, 이 물통 가방에 대해서도 할 말이 좀 있는데 일단 참아보는 걸로)과 내 자전거 가방, 선글라스와 물티슈 같이 자주 쓸 용품을 따로 담은 에코백, 간식과 먹거리를 담은 큰 장바구니, 20인치 캐리어 하나를 이고 지고. 그렇다. 우린 집을 싸들고 다니는 사람들인 것이었다. 우리라기보단 내가 그렇다.      
집순이인데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면 으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그럼 집순이가 아닌 거 아닌가요? 그럴 때마다 집순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절감한다. 집순이라도 놀러나가고 여행 가는 거 좋아할 수 있거든요? 나만 해도 놀러나갈 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나가고 여행은 기회가 닿는 대로 간다. 그렇다면 당신은 밖순이……? 놉, 그렇지 않다. 놀러나가는 거 좋아하고 여행 사랑하지만 그와 비교할 수 없게, 훠얼씬 더,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애초에 집에 있는 것이 기본 상태이고 그것을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면 어떻게 되냐면, 집을 옮기듯 짐을 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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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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