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 연재> 6. 걷고 달리면서 만들어지는 삶의 에너지
2023/10/16
걷는 것은 철학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단한 러너였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마라톤 풀코스도 수십 차례 완주했다. 그가 50대 후반에 냈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리기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하루키가 문학과 마라톤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성취이자 덕목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이 책에 달리기에 대한 무슨 가르침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통해 문학과 인생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들이 담담하게 쓰여 있다. 이런 구절들은 또 어떠한가.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하루키에게 달리는 것은 육체적인 운동을 하는 것 이상의 인생철학을 담은 행위였다. 그는 달리면서 인생을 이끌어가는 힘을 키웠던 것이다. 하루키는 만약 자신의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자신이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며 책을 맺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소설가 하루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상황에 따라 끝까지 달리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