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나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 책

하늘소풍06
2023/01/18
햇살 좋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창문이 미처 막지 못할 정도로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던 햇살이 제 방 창의 작은 틈으로 새어 들어와 저의 작은 방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걸 바라보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에서의 숀펜의 말처럼 이 작은 따듯함의 장면에 머물고 싶어 멍하니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작은 행복, 여러분도 경험해 보셨을까요? 
출처: 핀터레스트

아름다운 계절은, 항상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 그러하듯, 그 황홀함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저장하면서까지 처참할 정도로 매달리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바뀌어가다, 어느 날 아침 전혀 다른 얼굴로 우리들을 마주합니다. 이런 계절에 맞춰 우리 역시 어제와는 전혀 다른 두께의 옷을 꺼내 입으며, 전혀 다른 향기와 색채를 띤 거리로 나섭니다. 며칠이 지나면 변화된 계절에서 또다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지라도, 바로 그 순간만큼은 정확한 순환구조를 가진 자연의 잔인함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집니다. 불가능하더라도 말이죠.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라는 회의와 비관으로 가득한 채 집으로 들어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어젯밤 읽다 말고 책상 위에 놓아둔 책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 책이 있었지. 마치 날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나의 책. 그리고 책 속의 그들. 저의 정면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미국을 회상하며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너스레를 떠는 빌 브라이슨이 보이네요. 그 옆 책장에는 파리에서 작가 초년생으로 누구보다 진실된 문장을 찾기 위해 작은 카페에서 추위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글을 쓰고 있는 헤밍웨이가 있고요. 그 아래쪽에는 글쓰기 전용 모자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얼굴이 상기된 채 열심히 펜촉을 적셔가며 글을 쓰고 있는 작은 아씨들의 조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그들을 만난 그대로 그들은 자기들의 세상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가 더없이 힘들고 외로울 때, 찾아가 위로받았던 그들의 세상.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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