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3 - 비비안 마이어는 무엇을 수집했을까?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01
     사진이 발명된 1839년 이래로 모든 것이 사진에 담겼거나, 혹은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지내던 우리의 상황, 우리의 세계를 뒤바꿔버린 것은 바로 이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사진의 시선이다.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새로 가르쳐준 사진은 무엇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 관찰할 권리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둘러싼 관념 자체도 바꿔버렸고, 더 넓혀줬다. 바라본다는 것의 근본원리, 좀 더 중요하게는 바라본다는 것의 윤리를 말이다. 결국 사진이 품었던 계획의 가장 웅대한 결과를 꼽자면,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것을 우리 머릿속에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모든 이미지를 한데 끌어 모으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 수전 손택, 이재원 역, 이후, 2005, 17∼18쪽.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중에서 - 출처 네이버 영화
      어떤 형태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든 작가는 세계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전적으로 그가 수집한 세계의 양과 질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깊은 이해와 현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는 진실이 어느 직업 세계에든 적용되고, 작가의 세계도 그를 피해가지 못한다. 

      의도적이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장 극적으로 그 평가의 무대에서 벗어나 있었던 이가 있다. 비비안 마이어(1926∼2009)는 15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지만 발표하지 않은 채로 떠났다. 모든 평가는 그녀의 사후에 이루어졌다. 세계를 수집하는 일에 대해 그녀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녀가 담으려 했던 의미의 색...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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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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