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화와 앵벌이 하는 개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08
출처 - 픽사베이
      얼마 전 개들을 끔찍한 환경에서 사육하는 모습이 TV에 등장했다. 충격적이었지만, 인간의 잔혹성이 드러난 장면이 그뿐만은 아니어서 인간이란 존재가 점점 더 지구 최악의 탄생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  그런 존재가 아니라면 지구를 이토록 망쳐놓고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가치만으로 대하는 잔혹하고 파괴적인 상황이 브레이크 없이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만하게도 인간들은 독특하고 기념비적인 진화과정을 통해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니다. 인간이 그 지점에 도달하는 동안 다른 생명체들의 진화가 멈추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생명체들은 10km지점에서 한계에 봉착해 멈춰서고, 인간만이 42.195km를 죽어라 달려온 것이 결코 아니다. 진화라는 것이 꼭 발전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저 적응일 뿐이다. 

      인간의 몸에는 기생충뿐만 아니라 수십조에 달하는 다른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다. 수십조의 다른 생명체들은 우리 몸과 무관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몸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반응 속에서 이루어졌고, 지금도 반응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기생충조차도 숙주인 인간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간다. 하나의 몸 안에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변하는 만큼 그들도 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공진화(共進化, coevolut...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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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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