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3/11/09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내가 오랜 동안 애호했었으면서 요즘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대상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의 작품은 본 적이 없다. 한때 좋아했었던 옛 추억, 그런데 지금 다시 봐도 그때만큼 좋을까 의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이번에 이 영화를 보게 된 데에는, 그래도 한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던 거장이 이와 같은 거창한 제목을 내걸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궁금해서였다.
정말 거창한 제목이지 않은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라면 틀림 없이 빤한 교훈들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떤 영화일지 궁금함이 컸다. 앞으로 다른 작품을 만든다는 보장도 없으니 이번에는 극장에서 마지막 배웅을 할 기회라는 생각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소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작품의 메시지가 간명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영화는 크게 앞부분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뒷부분 이(異)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구성되는데, 앞부분의 이야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일들이고, 그런 일들을 겪는 주인공의 심리가 무엇일지 짐작해 가면서 보면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 왜가리가 등장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복선이 등장하여 신비감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뒷부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 의미가 금방 이해되지 않는다. 이세계는 현실과 다른 환상적인 설정들로 가득한데, 이와 같은 설정들로 작가가 의도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이고 현실의 무엇에 대응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지만 그런 매칭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이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작가가 의도했을지도 모르는 의미들을 정확하게 읽어내려고 하지 않고 느낌으로 만족하면서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크게 어려운 줄거리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작화가 아름답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명화들이 벽에 연이어 걸려 있는 미술관을 관람하는 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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