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계절3

이종호 · 영어 번역가
2023/11/23
단편소설 - 미완의 계절3

6.
다음 날, 경욱은 우체국에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과장 김인목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네 지금 여기로 좀 오게.”
“네, 무슨 일이십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와서 듣게.”
그리고 학과장은 아무런 설명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경욱은 갑작스런 호출에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학과장이 말해 준 커피숍으로 향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는 학과장을 발견하고 경욱이 다가가 인사하자 김인목 교수는 가볍게 손짓하며 맞은편에 앉으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음, 어서 와. 이쪽에 앉게. 혼자 있으려니 무료해서 불렀어. 2시간 있다가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잠시 있다 가게.”
그는 종업원을 불러 메뉴판을 가져오게 했다. 
“나는 생과일주스를 좋아해. 나이가 들다보니 건강을 챙겨야 해서. 찻값은 자네가 내게.”
경욱은 메뉴판에 적혀 있는 가격을 보았다. 학과장이 주문한 딸기주스는 1만 5천원이었다. 경욱은 제일 싼 커피 한잔을 시켰다. 
“내 아들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연봉이 1억이야. 돈을 아주 잘 벌지. 그리고 내가 이번에 건물을 하나 팔았는데, 차익이 5억 이상 생겼어.”
경욱은 그의 뜬금없는 말에 애써 맞장구를 쳤다. 
“아, 정말 유능한 아드님을 두셨군요. 교수님도 훌륭하십니다.”
종업원이 차가운 딸기주스를 가져오자 학과장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그것을 마셨다. 
“참, 생각나는 게 있는데, 내가 이번에 ‘한국영어교육학회’라는 학회를 하나 새로 만들었네. 대학 교수, 강사, 대학원생 등 훌륭한 사람들이 회원으로 많이 참여할 거야. 내가 특별히 자네도 평생회원으로 받아주려고 하는데, 회비가 있어. 50만원이야.”
학과장은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경욱은 예의상 그 종이를 들어 잠시 살펴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저는 영문학 전공이라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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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석사. 안산1대학교와 대림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다수 매체와 기업체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잘난 척하고 싶을 때 꼭 알아야 할 쓸데 있는 신비한 잡학 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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