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분열을 사랑하는 감독의 분열관찰기

김모든
김모든 인증된 계정 · 모든 연결에 관심이 많습니다
2023/08/28

IMDB

나는 놀란 영화의 어떤 면을 사랑했나? 
13년 전 <인셉션> 개봉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가 개봉했다며 <인셉션>을 추천해주었다. 다음날 보러갔다. 과연 친구 말이 맞았다. 가슴이 떨릴 정도로 좋았다. 이후에 나는 <메멘토>를 뒤늦게 찾아 보았다. 심장 쫄깃하게 하는 영화를 보는 걸 고통스러워 하는 편인데 그러함에도 <메멘토> 역시 좋았다. 그 뒤로 놀란의 작품은 무조건 봐줘야 하는 영화 1순위가 되었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설문조사했다.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인셉션>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1위였다. 2위는 <인터스텔라>, 3위 <다크나이트>, 4위는 <메멘토>다. 그럼 알 것 같았다. 한국인들은 나와 같은 이유로 놀란을 사랑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펼쳐주는 상상력 가득한 세계를 좋아하는 것이다. 계단을 걸어도 다시 계단이 나오는 세계, 걷다 보니 90도 수직 방면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들, 저 끝에서 거리가 솟아올라오더니 그대로 포개어지는 세계, 꿈의 꿈의 꿈의 세계.  
네이버 설문 결과 화면


그런 놀란은 이제 없다. <인셉션>은 놀란이 16세 때 착안을 했고, 본격 시나리오 작업에 10년이 걸렸다. 한 마디로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상상력과 열기가 표출된 일생일대의 작품이다. 이 기준으로 <오펜하이머>를 보면 그가 잘하는 플롯 가위질만 여전할 뿐, 놀란의 상상력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오펜하이머>를 함께 본 친구들은 모두 400만은 넘기기 힘든 영화라 단정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놀란의 그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덩케르크>에서 보여주었던 플롯 장인의 세계, <테넷>에서 현학적 과학철학 세계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놀란은 여전히 위대한 감독이지만 우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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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재아란 필명으로 SF장편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을 썼다. 과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걸 즐기는 편이다. 2023년 <이진경 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냈다. ESC(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과학문화위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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