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위기를 앞두고 혼자되지 않는 나라
2024/04/07
스물하나에 자살을 시도했다. 겁이 많아서 실패했다. 그 뒤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기 위해 집착하듯 책을 읽었다. 물론 자살 생각이 사라진 건 아니어서 책에 오래 집중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부터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겨우 몇 페이지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자살 이론을 접했고, 누구도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정치를 바꿔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배웠다. 자살은 절망의 증상이었고, 절망의 원인은 주로 정치였다.

사실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정치에 관심 있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창이었는데,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먹하던 집안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 문제가 생기면 해법을 찾기 마련. 어릴 때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대공황 시대와 지금 상황이 비슷한 것 같아서, 공황, 경제, 자본주의 같은 단어를 인터넷에서 무작정 검색했다. 그러다가 혁명, 레닌, 마르크스를 접했다. 그 의미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자본주의 사회를 무너뜨려야 내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섣불리 믿었다.

스무살 즈음 되었을까. 역사를 공부하다가 복지국가를 접했다. 마침 인디언 기우제처럼 자본주의가 망하기를 기다리는 데에 지쳐 있었는데, 복지국가는 자본주의에 목줄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눈 앞에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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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 되지 못한 지식중개상입니다. 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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