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3. 승선 D-day(2)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3/12/24
그날은 화창했다. 하지만 태양이 아무리 밝아도 모든 곳에 그 빛이 도달하지 못한다.
상선 내부도 그 공간 중 하나였다. 이번 항차에 승선을 하는 선원들과 배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의 가족들이 차례차례 배에 입장한다.
   
내 기억 속 큰 배들의 로비는 화려했다. 오사카와 연태에서 각각 부산, 인천으로 배를 타고 귀국할 때 로비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크고 화려한 공간에 입이 벌어졌다. 양쪽에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어 넓고 높은 개방감이 느껴진다. 마치 양재 예술의 전당 공연장의 로비가 떠오를 만큼 배 속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할 정도로 잘 꾸며진 화려한 공간이었다. 
   
상선에 들어오니 다른 의미로 입이 벌어졌다. 로비라는 공간은 따로 없었다. 디자인팀이 회사에 단체로 반발하며 퇴사를하였고, 기술·개발팀만으로 만들어낸 크고 못생긴 90년대 전자제품을 보는 듯한 디자인이었다. 실제로 90년대에 만들어진 크고 못생긴 배는 약 5년 후 퇴역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로비(?)랄까 입구에 바로 5인승의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누군가 날 데려와 주고 안내해 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없었고 아무도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 
그나마 이번 항차에 같이 승선하는 통영 터미널에서 버스에 같이 탄 누군가에게 길을 물었다.
   
‘콜록, 새로 온 조리원인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콜록’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가져온 감기가 삼일간의 음주에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눈은 붉었고 안색은 좋지 못했다. 후문으로 선장님은 나를 보고 코로나를 의심했다고 들었다.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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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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