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되는 것 by 초록창

천세진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29

낙엽 하나를 생각했다. 이파리들이 나무에서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서로 다른 영법으로, 허공의 서로 다른 지점을 날아, 땅의 어느 귀퉁이에 서로 다르게 떨어지는 순간과 순간이 길게 이어지던 어느 순간이었다. 낙엽 하나의 잎맥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그 하나의 잎맥과 그 옆의 잎맥과 또 그 옆의 잎맥이 서로 다른 지문을, 삶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순간은 하나도 같지 않고, 하나도 같지 않은 순간들이 이파리 뒤에 모종의 지도를 그렸다는 것을, 모든 이야기는 그 지도의 한 장이라는 사실에 끄덕끄덕 하는 순간이었다. 낙엽이 한때 푸른 바람이었고, 지상의 어느 사건을 향해 방향을 지명했고, 어느 잎들은 지명을 위해 염소들의 위 속을 몇 번이나 돌아다녔고, 어느 잎들은 푸른 상태로 미라가 되어 실 잣는 벌레들의 집이 되기도 했다. 그것이 또한 이파리가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몸의 잎맥들을 살피는 아침이...

초록창 · 안녕하세요

2023/10/30

도움이 되는 것

문화/예술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선순환구조가 이미 만들어져서 어떤 일이 생기거나 어디에 문제가 생겨도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정말 강합니다. 그 과정에 있어서는 모든 것들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도움이 되고 필요한 부분입니다.

앞서 서술해주신 낙엽을 통해 낙엽이 정말 많은 곳에 이어져있기도 하고 여러 부분에 연결지어 생각하신 부분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떻게 보면 나무의 일부분인 이파리로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을 잘 버티고 이후에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게 되는데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는 것은 쓸모 없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낙엽 역시 다시 땅에 떨어져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기에 자연이 계속해서 원래 모습을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