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생각하는 아침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29
 
출처-픽사베이
    낙엽 하나를 생각했다. 이파리들이 나무에서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서로 다른 영법으로, 허공의 서로 다른 지점을 날아, 땅의 어느 귀퉁이에 서로 다르게 떨어지는 순간과 순간이 길게 이어지던 어느 순간이었다. 
     낙엽 하나의 잎맥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그 하나의 잎맥과 그 옆의 잎맥과 또 그 옆의 잎맥이 서로 다른 지문을, 삶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순간은 하나도 같지 않고, 하나도 같지 않은 순간들이 이파리 뒤에 모종의 지도를 그렸다는 것을, 모든 이야기는 그 지도의 한 장이라는 사실에 끄덕끄덕 하는 순간이었다.
     낙엽이 한때 푸른 바람...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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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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