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택배도둑

하견
하견 · 작가
2023/10/19
1.
A는 의기양양했다. 카페 문을 밀고 들어오며 내게 웬 낯선 물건을 보여주었다. 횡재를 했다는 표정을 보인 것은 그 물건 때문일 것이다. 체면을 차려보이는 화려한 선물 봉투. 그러나 게으름이 엿보이는 작은 택배 상자. 그 상자는 본래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임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2.
그는 삼십대 초반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도벽이 있었다. 1,2년이 지났을 때는 내게 그 버릇을 가감없이 드러내기까지 했다. (아마 타인의 얘기에 가치판단을 드러내지 않은 내 성향덕분일지 모르겠다) 그는 스스로의 정신상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안들켜. 그리고 큰 것도 아닌데 들키면 미안하다고 하지 뭐."
그는 진심으로 미안해하지 않는 것은 물론일 것이다. 그리고 예상컨대 좀도둑질이 아닌 수준의 물건도 껴 있었을 것이다.

3.
어느날 내가 늘 글을 쓰던 카페에 찾아왔다. 그가 도벽을 고쳤나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카페에 마주앉으니 돈다발이 가득 든 가방을 감추듯 보여주었다. 언뜻봐도 엄청난 금액이라 손이 떨리고 전하는 목소리마저 작아질 지경이었다.
"이제 이 돈을 구했으니 도둑질은 그만둘거야."
나는 차마 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 물을 수조차 없는 채로 물었다
"잘됐네 그래. 이제 무얼하며 살건가?"
그러자 그는 갑자기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얼마전 택배를 훔치러 주택가를 어슬렁거리던 그는 어떤 집 앞에서 최근 임신한 아이를 냉동고에 넣고 수년간 방치한 가정에 대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 가정의 부부는 3년전 원치않게 나은 아이를 낳아 며칠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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