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작곡가의 유머에 21세기 인류가 빵터지다 - 하이든의 유머

젠남
젠남 인증된 계정 · 일하고 음악 듣고 글을 씁니다.
2023/02/02
이미지 : 위키피디아
클래식을 잘 모르더라도 하이든의 이름은 바흐, 헨델만큼 유명하지만 그 결은 상당히 다르다.
하이든은 굉장한 유머 감각이 있는데 지배 계층의 무지함을 상당히 우아하게 조롱하는 고급 유머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클래식 음악회에 우아를 있는 대로 떨고 와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돈 좀 있고 방귀 꽤나 뀌는 꼴이 너무 보기 싫었던 하이든. 귀에 쏙 들어오는 편안한 멜로디를 잔잔하게 연주하며 안심시키고 실컷 재우다, 팀파니를 필두로 전체 악기를 포르티시모로 총동원하여 그 고결한 자들의 단잠을 깨워버리는 놀람 교향곡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실제로 연습하고 지휘하면 연주자도 지휘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세태는 현재에도 이어지는데 평범한 노동자가 비싼 가격의 티켓을 손을 떨며 사서 퇴근길에 연주 시간에 늦을까 봐 저녁 굶고 뛰어 들어가 A석 (S석이랑 붙어 있는 가성비갑의 좌석 예매 성공)에 숨 고르고 앉으면, 가장 좋은 자리에 초대로 온 VIP들이 숙면을 취하는 광경을 간간히 볼 수 있다. 물론 음악 애호가인 나도 가끔은 졸기도 하는데 내가 졸면 비싸고 고급스러운 숙면이라 정신 승리하지만 이런 스릴 넘치는 음악적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서울 시향의 연주로 감상하며 그 놀라움을 경험해 보자....
젠남
젠남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음악 애호가입니다. 에세이 <곤란할 땐 옆집 언니>의 저자이며 국악, 클래식,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다니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39
팔로워 1.5K
팔로잉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