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퍼포먼스의 구상과 실행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3/02/07
보통 퍼포먼스 하나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몇 달에서 몇 년 정도로 다양한데, 지금 쓰고자 하는 퍼포먼스는 공익성 퍼포먼스로 약 석 달이 소요되었다.

2019년, 캘리포니아는 주 공식 기념일로 한글날을 제정했는데, 당시 재외공관 근무 일 년차 였던 나는 적잖이 놀랬던 기억이 있다. 뉴스에 가끔 나오는 재외공관 이미지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참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 한글날 제정도 담당자들이 끊임없이 정성 들이는 모습을 보아온지라 제정이 확정 되었던 날 내 일처럼 기뻤고, 그래서 더욱 이 퍼포먼스에 영혼을 갈아 넣으리라 다짐했다.

평소 세종대왕 덕후 이기에 한글의 철학적 부분에 대한 내면화 작업은 스킵하고, 시각적 부분을 어떻게 다듬어야 미국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종대왕에게 기도를 했다.
내 재능은 한계가 명명하고 관객은 미국 사람이니 어떻게 한글을 보여주는 게 좋을지 말씀 주시면 그대로 하겠다고.

세종대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름 나 혼자 내적 친밀감 갖고 살던 분인데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내 맘대로 하기로 했는데 내 맘대로 하기로 한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은 내 눈앞에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인부들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래! 세종대왕이 한글 짓는 모습을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집을 짓는 모습으로 표현하자! 그리고 다 짓고 나서 한글을 왜 지었는지 반포문을 읽어보자!'

마음속에 신남이 올라와버린 나는 남편과 홈디포(각종 공사 장비를 살 수 있는 마트)로 달려가서 글씨를 쓸 수 있을 법한 공사장비를 한 아름 담아와서는 그날부터 재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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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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