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인간의 피를 마시며 풍랑을 밝힌다
2023/08/22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욕망 중 하나는 비밀에 대한 발설이다. 홀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외롭지 않으려는 어둠 속의 미아가 되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죄책감이 압박감이 나 외에 다른, 귀가 달린 생명체를 찾아 헤맨다. 내 이야길 들어줘. 내 죄의 청취자가 되어줘. 내 기억과 같은 사건을 너도 기억해줘. 그리고, 나를 용서해 줘.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내가 특별한 미친놈이거나 악귀가 아니라고. 멀고 먼 외딴섬의 등대 노동자로 간 에프라임 윈슬로우(로버트 패틴슨)에겐 어둠과 광기, 두려움과 불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계속 짓누르고 두들기고 자극하며 끄집어낸 자가 등대관리 선임자 토머스 웨이크(윌리엄 데포)였다. 둘은 처음 만나고 수날동안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갈등과 반목을 반복한다. 불을 켜놔도 저녁 식사 자리는 암흑보다 어두웠고 둘의 대화는 심해 속의 화산 같았다. 더러운 몰골과 불결한 환경, 무례한 지시와 의도적인 괴롭힘 속에서 에프라임...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