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타란티노를 만나다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이야기의 실개천이 어떻게 전설의 폭포수가 되는지를 목도할 수 있었다. 사실 스타워즈나 에일리언 시리즈에 비하면 매드맥스 시리즈는 서사가 너무 단출했다. 세기말의 암울한 분위기와 아드레날린 넘치는 폭주족 액션을 접목한 호주산 저예산 영화가 이런 대서사극으로 만개할 것을 예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리즈 3편까지 주인공은 맬 깁슨이 연기한 ‘미친 맥스’였다. 피가 피를 부르는 무한복수의 도돌이표 액션의 이 영웅은 과묵한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아스팔트를 질주하며 샷건을 쏴댄다는 점에서 마카로니웨스턴의 과묵한 영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호주판에 가까웠다.
시리즈 3편(1985) 이후 30년 만에 만들어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가 그 전환점이 됐다. 노쇠한 맬 깁슨 대신 맥스 역을 맡은 톰 하디보다 그 짝패로 등장한 여성전사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분)로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전설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 핵심은 ‘파우스트’의 마지막 대사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의 재현이다. 종말론적 세계를 구원하는 것은 절망과 허무로 가득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