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골동품을 수집하던 제국의 애호가들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4/01/11
식민지의 골동품을 수집하던 제국의 애호가들

식민지의 골동품을 수집하던 제국의 애호가들

교환할 수 있는 상품으로서 골동품의 특성에 주목하여 활발히 활동했던 경성미술구락부(京城美術俱樂部)의 실체를 조명해보겠다. 1924-1926년이 ‘大亂掘’의 시대였던 것과 때마침 경성미술구락부가 구성되어 활동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도굴 붐에 의해 쏟아져 나온 골동의 원활한 유통에 경성미술구락부가 지대한 공을 세웠던 것은 그들이 남겨 놓은 『경매도록』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규모는 창업 20주년인 1942년, 東京(도쿄), 大阪(오사카), 京都(교토), 名古屋(나고야), 金澤(가나자와)에 이어 6번째이고 회관을 건립한 곳은 경성이 유일할 정도였다. 창립 당시 주주 85명 가운데 조선인은 단 한명 뿐이었으며, 이 구락부를 위시로 고미술애호가의 동호회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주최한 경매 거래 금액이 한 회당 현재 화폐단위로 수백억 원 상당까지 이르렀다니 당시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짐작해볼 수 있다. (경매는 일 년에 10여 차례 열린 것으로 보이나 이는 공식적인 기록이고, 회원들끼리의 경매와 교환은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에서 이들의 위치를 감안해볼 때, 골동품을 수집하는 행위가 이들에게 계급 안정을 위한 사회/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브란트의 논의는 설득력을 얻게 되며, 경매의 활성화는 이제 골동품이 예술의 향유에서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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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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