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읽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술 세계

에디터 노트 

10월 25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다. 첫날 예매 관객 31만 명, 예매율 67.9%에서 볼 수 있듯 영화·애니메이션 팬들의 관심이 아주 뜨겁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명작을 만든 거장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분위기다.

궁금하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자신의 세계를 다질 수 있었던 걸까? 얼룩소는 전문가 두 분을 찾았다. 영화 전문 유튜버인 백수골방은 ‘아날로그적 신비감’과 ‘완결성에 대한 집착’을 이야기했고, 김윤아 영화평론가는 작품 곳곳에 깃든 신화적 모티브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무의식을 이야기했다.

1.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
2. 신화로 읽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술 세계

by alookso 우현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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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곳곳에 깃든 신화적 모티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열 살 소녀 치히로가 요괴의 세계에서 돼지로 변한 부모를 인간으로 되돌려 보통 세계로 돌아오는 모험을 다룬 영화다. 어린 치히로는 원치 않은 사정에 의해 부모와 결별하고 이름을 잃는다. 유바바의 목욕탕에서 ‘센’이라는 이름을 얻은 그는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다. ‘센’은 그곳에서 만난 거미 할아범, 가오나시, 하쿠 등 ‘조력자’의 도움으로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진짜 이름이 ‘치히로’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하고 보통 세계로 돌아온다.

이 이야기의 어느 대목에서 김윤아 평론가는 ‘신화’를 발견한 것일까. 그는 치히로가 겪은 특별한 세계에서의 궤적이 “신화 속 영웅의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지프 캠벨은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신화에 나타난 영웅의 궤적을 분석했다. 미숙한 인간은 분리-입문-시련-귀환의 단계를 거쳐 진정한 영웅으로 변화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도 이와 같은 궤적이 정확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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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피면 어떨까. 김 평론가는 “작품의 첫 장면에서 치히로의 가족이 이사 가는 상황이 기존 세계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첫 장면에서 이사 가는 치히로의 가족을 보여준다. 이사를 가는 차 안이라는 설정은 이 동네에도 저 동네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다. 그 자체가 경계이며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차 안에서 치히로가 친구들이 준 꽃다발을 끌어안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사이, 그는 자신도 모르게 특별한 세계로의 진입을 시작하고 있다.
불안한 표정의 치히로(중앙)와 태평한 부모님.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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