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의 <살바도르 문디>와 너의 사랑에 응답하는 일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4/07
1500년대 초반경 레오나르도다빈치가 그린것으로 추정되는 예수의 초상, <Salvator mundi>호두판자에 유화, 45.4cm × 65.6cm,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소장



내 애인들의 메인 불만은 내가 좀처럼 낭만적인 약속 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요컨대 "영원히 너만 사랑할거야" 같은 거. "나는 너랑 꼭 결혼할거야" "너를 닮은 아기를 가질 거야 "
고요한 이들은 홀로 앓다 더 상할수도 없도록 곪은 상처를 안고 쩔쩔매다 내게 들키고야 말았고, 솔직한 이들은 너의 미래엔 내가 왜 없느냐고 자주 따져물으며 슬퍼했다. 이 자린 우리의 관계에서 심심할때마다 수면위로 끌어올려지며 싸움의 연료가 되는 순환주제이자 눈감아지지 못하는 아픔이었다.


사랑스런 애인의 "자기, 나보다 더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하는 어쩌면 너무나 답이 정해져있는 물음 앞에 "당연히 그 남자랑 사랑해야지"라고 대답하는 건 결벽적으로 지킬 말만 하고 싶어 하는, 어쩌지못하는 내모습이었다. 나는 언제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을 것이며 지금 이시간은 너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라는 항변은 "어떻게 지금 이렇게 나와 지독하게 사랑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남자를 더 사랑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둘 수가 있느냐"는 원망앞에선 슬픈 것이 맞아서 나는 늘 할 말이 없었더랬다.
     

남자가 무너져내리는 건 안 좋은 사인이다. 이 첫 무너짐을 영원히 지연시킬 수 있다면. 아아 그랬다면. 처음에 무너지며 바닥을 칠 적에 남자는 내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스스로의 모습에 저도 놀라 참혹해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한번 쏟아진 바로 그 나쁜행동은 그 다음턴엔 너무 쉬워지더라. 서슴없어지더라. 그러니 동일한 크기의 심리적 압력을 느낄 적에 나오는 나쁜행동은 강도를 더해가더라. 같은 레벨의 행동으로는 기별이 안 가는거지. 행동하는 본인도 일전에 한 그 행동은 익숙해져...
오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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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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