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활의 종교 : 뚫훍송과 발리우드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4/02/04
Rahul Rawail 감독, <Arjun Pandit>(1999)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의 소설 『악마의 시』(1988)에는 발리우드 영화를 풍자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스 비극 시나리오를 갖다줘도 인도 영화인들은 마지막에 군무·떼창으로 끝나는 해피엔딩 영화를 만들 거라는 내용이다. 이슬람 성인 모하메드마저 문학으로 비튼 그다운 면모지만, 본래 자원없는 이들에게는 정신을 쏙 빼놓는 쾌활이야말로 종교에 가깝다. 

펀자비 팝 히트곡 "Kudiyan Shehar Diyan"은 1999년 개봉한 발리우드 영화 <Arjun Pandit>의 삽입곡으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아예 개봉된 영화의 시퀀스에 정식 삽입됐다. 뚫훓송으로 유명한 "Tunak Tunak Tun"의 달러 멘디(Daler Mehndi)와 알카 야그닉(Alka Yagnik)이 불렀고, 둘다 지금껏 업계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인도 가수다. 영상에서는 영화의 여주인공 주히 찰라(Juhi Chawla)가 립싱크를 한다. 인도인들은 결혼식 때 이런 풍의 펀자비 팝을 틀어놓고 신랑신부와 친지들이 함께 춤을 추며 축하하는 관습이 있다. 

달러 멘디는 코카콜라 CEO 더글러스 아이브스터(Douglas Ivester)에 의해 1998년부터 인도의 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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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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