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딜레마와 이율배반으로 가득한 극치의 플롯과 캐릭터... 존 어빙, 《가아프가 본 세상》
모두 열아홉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소설에서 열아홉번 째 챕터인 〈가아프 이후의 삶〉은 소설의 에필로그에 해당한다. 소설의 화자인 가아프를 낳은 제니 필즈도, 그리고 가아프 자신도 떠난 다음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을 모두 읽은 즈음인 그때,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몇 페이지만으로도 소설 하나쯤은 너끈하게 쓸 수 있을 것이야, 라고 나는 탄식했는데, 소설은 그만큼 나무랄데없이 흥미진진하였고, 여지없이 흥미로운 인물들로 가득하였다.
“그리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의지력을 지녔던 훌륭한 간호사와, 선회 포탑의 사수가 최후로 발사한 씨앗으로부터 가아프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p.46, 1권)
극심한 부상으로 정신이 없는 가아프를 통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아버지 없는 아이를 잉태한 제니 필즈와 그렇게 태어나 소설가가 된 소설의 화자 가아프가 아니어도, 가아프의 아내인 헬렌이든 가아프의 살아남은 자식인 던컨이나 제니이든, 가아프의 자서전을 쓴 도널드 휘트콤이든, 제니 필즈를 도왔던 성전환한 미식 축구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