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범죄심리학자가 될 거다

박소현
박소현 · 나의 범죄심리학자 도전기
2022/02/28
 첫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보통 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입 안에 침이 말라있진 않은 지 한 번 확인하곤 심호흡을 하고 얘기한다. 혹여나 화자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는 않을 지, 경계를 하면서 상대방의 입을 쳐다 본다. 이야기를 끊는 건 나에게도 불쾌한 경우라 의견을 낼 일이 있으면 웬만해서는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언제. 사실 나는 '언제' 라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곱씹을 수록 나만 초라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언가를 해냈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언제?' 라고 물었다. 난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내가 '언제' 무엇을 했는 지 기억이 나지 않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기록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대학교 합격증, 처음 톡방에 들어오면 생기는 날짜 표시, 내 시간선을 표현해주는 현대 문물들이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내가 범죄심리학자를 꿈꾸게 된 건 언제일까. 이것도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았었다. 기억나는 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을 읽고 이런 일은 내가 해야 한다, 라고 생각했던, 그런 기억의 파편들. 그 책이 뭔지는 알아서 책 발행일을 찾아봤다. 2013년 이라고 한다. 그럼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범죄심리학자를 꿈꿔 온 건가? 남의 말을 빌리자면, '맹랑하기 그지없는 것' 같다.
 사실 꿈이 한결 같았던 건 아니다. 법의학자 였을 때도 있었지만, 의대에 가고 싶진 않았다. 교수가 될까? 생각 했을 땐, 교수는 어쨌든 내가 바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돌고 돌아 (오래 돌진 않았다. 멀미 나니까.) 내 꿈은 범죄심리학자가 되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범죄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은 건 한결 같았으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했던 진로 적성 검사 에서도 '봉사' 라는 가치를 내가 중요시 여긴다고 나왔다. 범죄심리학자랑 봉사랑 뭔 상관이냐 묻는다면, 내 얘기를 더 해보겠다.
 나는 이 대한민국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다. 딱히 주변에 숨기지도 않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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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6일. 2013년 12월 25일. 2022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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